전세금 못 돌려주는 '깡통전세' 급증세
지방에선 '전세>매매' 역전 주택 늘어나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집값을 추월하는 이른바 '역전세 아파트'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 누적 금액은 3,015억원, 가구수는 1,516가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총액인 2,836억원(1,364가구)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치다.
대위변제금이 늘었다는 건, 전세금을 못 돌려주는 집주인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HUG는 임대차 계약 만료 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우선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자인 세입자에게 전셋돈을 대신 지급(대위변제)하고 추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실제로 지방에선 깡통전세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정부가 '7ㆍ10 부동산 대책'으로 보유세와 취득세를 강화하면서, 집값이 내려가고 있는 탓이다. 반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나며 전셋값은 상승 기세다. 특히 지방은 수도권보다 매매 대비 전세 비율이 높아, 갭투자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지역이 충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이곳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떨어졌다. 지난 4월 말 이후 19주 만에 하락 전환이다. 반면 전셋값은 같은 기간 0.14% 오르면서 1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충북의 매매 대비 전세 비율은 지난달 기준 80.7%로, 전북(83.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실제 깡통전세가 우려되는 아파트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청주시 흥덕구 삼일원앙 전용면적 59.94㎡는 지난달 30일 1억3,050만원에 매매됐는데, 동일면적 전세가 석 달 전 최근 매매가보다 높은 1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법인과 외지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수요는 전혀 없다"며 "집값이 더 내려갈 것 같다며 전세를 구하는 문의만 있다"고 귀띔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지방 중소도시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거의 없다 보니, 집값이 조금만 내려가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서울에서도 주거환경이 열악한 비(非)아파트는 깡통전세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HUG 관계자는 대위변제금 증가에 대해 "보험 가입 실적이 매년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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