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하루에도 여러 통계를 들여다본다. 숫자를 분석해 우리 경제의 현 위치를 알고, 정부가 해야할 일을 정한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최상위권으로 전망했을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종일 몇그릇 못 판 식당 주인의 막막함, 취업에 실패한 청년의 불안함과 같은 삶의 고단함은 이런 숫자에 온전하게 포착되지 않는다. 재정은 이들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실직이나 안전에 대한 불안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일 것이다. 2021년 예산안에는 국민들의 이런 바람과 정부의 할일을 꼼꼼하게 담았다.
우선 일자리와 소비활력에 초점을 맞췄다. 휴업ㆍ휴직수당의 최대 90%를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 구직수당과 취업지원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을 통해 200만개 이상 일자리를 지키고 새로이 창출하고자 한다. 또한 지역사랑ㆍ온누리 상품권, 각종 쿠폰 등을 통해 20조원대의 민간소비를 창출하고, 수출, 투자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했다.
두 번째, 보건ㆍ복지분야 예산을 처음으로 200조원 수준으로 확대함으로써 고용ㆍ사회안전망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노인ㆍ한부모 대상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여 빈곤 사각지대를 줄이고, 기초연금 급여도 월30만원으로 인상한다. 또한 고교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하고, 19만호의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예술인과 특수형태 근로자 등 47만명에게는 고용보험료의 80%를 신규로 지원한다.
세 번째, 국민안전과 삶의 질 제고이다. 코로나 대응을 위한 예방ㆍ진단ㆍ치료비,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백신개발비용 등 K방역 예산을 50% 증액하여 1조8,000억원 반영했다. 수해예방비용도 2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리고, 수돗물 사고를 막기 위한 예산도 담았다.
무엇보다 내년도 예산에는 새로운 국가발전전략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의 본격 추진을 위해 21조3,000억원을 반영했다. 데이터 댐, 그린 스마트 스쿨 등 10대 대표과제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3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포스트 코로나 선도국가로의 대전환을 준비하고자 한다.
물론 이런 재정확대에 따른 나랏빚 걱정에 대한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단기적 재정균형보다 경제운용의 거시적 합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재정의 가성비다. 우리의 GDP 대비 코로나 재정대응 규모가 12위권이지만 성장률 전망치는 1등으로 나온 것처럼, ‘제때, 제대로, 쓸모 있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코로나 극복과 미래 대비의 골든타임 시기에, 내년 예산안이 우리경제에 새로운 입력값이 되어 선도형 경제로의 큰 발을 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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