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돌봄' 신청한 전업주부는 무개념? 보육도 눈치보는 외벌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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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돌봄' 신청한 전업주부는 무개념? 보육도 눈치보는 외벌이들

입력
2020.09.0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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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차등 안 두지만 보육 현장선 비판ㆍ눈치 사례
임신 전업주부나 프리랜서 등 특별한 상황도 있는데...

한 포털 사이트 맘카페에서 전업주부가 긴급보육을 신청했다는 게시물에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맘카페 캡처

어린이집 휴원에 따른 보육 공백을 메꾸기 위해 실시 중인 긴급보육(어린이집 당번 교사를 배치해 아이들을 돌보는 것) 신청 자격을 둘러싸고 외벌이 가정 전업주부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정부가 긴급보육 이용 최소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보육 현장에서는 맞벌이 부부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맞벌이-외벌이에 굳이 차등을 두지 않음에도, 정작 현장에서는 맞벌이에게 우선권을 주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긴급보육 맞벌이-외벌이 논란은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8일 긴급보육 이용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시작됐다. 이 공문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에 따라 긴급보육을 이용하더라도 꼭 필요한 일자와 시간 동안만 최소화하고, 어린이집 보육교직원 역시 최소한만 배치하도록 권고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던 전업주부들은 긴급보육 신청시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서울 도봉구에서 5세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 오모(34)씨는 "긴급보육을 신청할 때 직장인 엄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방에 당당하게 신청하지만 전업주부들은 눈치가 보여 어린이집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어린이집 쪽에서 긴급보육을 신청하는 전업주부에게 눈치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업주부 이모(41)씨는 "어린이집에 '둘째가 아파 첫째라도 긴급보육을 신청한다'고 따로 이유를 밝혔는데도 '보육 교사가 많지 않은데 꼭 아이를 맡기셔야겠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외벌이 가정의 긴급보육 신청을 비판하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전업주부를 폄훼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맘카페에서는 고민 끝에 긴급보육을 신청했다는 한 전업주부의 게시물에 '이 시기에 눈치도 없다'거나 '제 자식은 물론 남의 자식까지 사지로 몰아넣고 싶느냐'는 등 공격적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다.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는 프리랜서들도 이런 비판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맞벌이 김모(40)씨는 "부부 모두 회사 출근하는 경우에 비하면 프리랜서 부모는 훨씬 편한 경우라고 생각한다"며 "그들까지 긴급보육을 신청하는 건 이기적"이라고 말했다.

전업주부와 프리랜서 부모들은 긴급보육을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역 수칙을 어기는 '맘충'(개념 없는 엄마들을 비판하는 비하성 용어) 취급을 받는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업주부 유모(38)씨는 "만삭의 임신부인 내가 맞벌이 부부보다 힘들지 않다는 기준이 어디에 있느냐"며 일방적인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모(40)씨 역시 "재택 근무를 하는 것은 맞지만 일터가 집일 뿐 일하면서 아이를 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맞벌이-외벌이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각자의 상황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맞벌이-외벌이 논란의 원인이 불명확한 긴급보육 신청 기준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외국은 긴급보육 신청 기준을 의료진 등 필수 노동자로 더 좁고 확실하게 한정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기준이 명확치 않아 맞벌이-외벌이 간 갈등으로 논쟁이 변질되고 있다"며 "정부가 방역 지침에 걸맞은 체계적인 긴급보육 신청 기준을 만들어, 부모간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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