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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이것 빼곤 판단 못한다… 공정위ㆍ대기업 '정상가격' 갈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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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이것 빼곤 판단 못한다… 공정위ㆍ대기업 '정상가격' 갈등, 왜?

입력
2020.09.07 04: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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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조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이에 반발하는 대기업 간에 이른바 '정상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총수 일가를 위해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줬는지 판단하려면, 시장에서 비슷한 거래에 지불되는 정상가격을 공정위가 먼저 산정해야 한다. 이는 수백억원대 과징금이나 형사고발 등 제재의 수준은 물론, 유무죄까지 가르는 중요한 기준인데 조사 및 심의 과정에서 이를 어느정도까지 공개하느냐를 두고 최근 공정위와 관련 대기업들이 첨예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상가격은 다른 기업의 영업비밀"이어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게 공정위의 기본 입장이지만, 최근 이에 맞선 '정보 공개' 소송에서 법원이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적절한 공개 수준'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법원 “공정위, 한화솔루션에 자료 일부 공개해야”

6일 공정위와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한화솔루션이 공정위에 제기한 ‘자료 열람ㆍ복사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한화솔루션에 일부 승소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가 한화솔루션 측이 요구한 자료 일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허가하라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공정위 사무처(검찰 역할)가 제재 의견을 담아 보낸 심사보고서(공소장 격)에 혐의를 입증할 핵심 정보(정상가격)를 담지 않아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소를 제기했다. 공정위가 수집한 다양한 자료 가운데 유리한 자료만 가공해 보고서를 만들 우려가 있고, 앞으로 열릴 공정거래위원회(법원 역할)에서도 기업측이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공정위는 정상가격 산정 관련 모든 자료를 공개할 경우 자료를 제출한 경쟁사나 협력업체에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타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한화솔루션이 향후 영업 등에 역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공정위의 영업비밀로 인한 불이익 주장은 지나치게 막연하고 추상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상가격이 뭐길래

이처럼 대기업이 공정위와 갈등을 빚는 건, 정상가격 산정 문제가 그만큼 민감하기 때문이다. 내부 계열사에 물류나 IT 업무를 맡겼다고 하더라도 외부 회사에 일을 맡겼을 때와 큰 가격 차이가 나지 않으면 제재 근거가 약해진다.

더구나 물류나 IT 같은 용역 거래는 단순 상품거래와 달리 거래 조건에 따라 정상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계열사와 거래했을 때와 외부에 용역을 맡겼을 때, 처음 거래를 시작할 때와 과거 거래하던 거래처와 계속 거래를 연장할 때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가 한화 계열사들의 한화S&C에 대한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한 조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도 정상 거래와 비교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을 몰아 줬는지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잇따르는 갈등, 막막한 해법

앞서 하림그룹도 비슷한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자료 일부 공개' 판결을 받아 냈다. 이에 공정위가 법원 판결 대상이 된 부분만 공개하고 새로 비공개 자료를 추가하자 하림은 또 다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공정위는 영업비밀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할 자료공개 방법을 모색중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대안이 마땅치 않아, 현재로서는 법원이 '적당한 선'을 그어주기를 기다리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도, 양 진영의 불만은 진행형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자료를 공개하면서도 불리한 내용은 배제하는 등 임의적으로 취사선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대기업들의 이 같은 자료공개 소송이 시간끌기 전략일 수 있다고 의심한다. 소송으로 공정위 심의가 미뤄지면 기업이 대응할 시간을 벌고, 최종 제재 결정도 늦어지기 때문이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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