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마이삭' 휩쓸고 간 포항 구룡포항 가보니
바닷가 건물들, 기둥ㆍ창틀만 남고 뜯겨 나가
곳곳에 건축 폐기물...중장비 없이 치우지도 못해
4일 오전 태풍 마이삭이 휩쓸고 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대게판매거리. 건물마다 마치 포탄을 맞은 것처럼 유리창과 벽체는 뜯겨져 나갔고 기둥과 창틀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건물 앞 갓길에는 강풍에 부서진 벽돌과 유리조각, 철판 등 건축 폐기물이 잔뜩 쌓여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해병대 1사단이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병력 1,000명을 긴급 투입했지만 중장비 없이는 옮기기도 쉽지 않아 벽체와 유리창, 망가진 집기 등을 한 곳에 겨우 모아 둘 뿐이었다.
식당을 하는 임대기(63)씨는 "침수 피해를 입으면 씻어내기라도 하는데 건물이 부서지니 중장비 없이는 치우지도 못한다"며 "태풍이 지나가고 만 하루가 지났는데도 정전에 물도 나오지 않아 가벼운 집기만 빼낸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새벽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갈 당시 포항 구룡포읍에는 순간최대풍속이 44.6㎧(161㎞/h)에 달하는 강풍이 관측됐다. 초속 40m 이상의 풍속은 바위가 바람의 힘으로만 날아갈 수 있는 세기다. 또 이날 해안가에는 10여m 높이의 해일이 밀어 닥쳤다.
태풍 피해는 구룡포항 대게판매거리와 과메기 덕장이 있는 병포리, 수산물 창고가 많은 석병리, 하정리 등에 집중됐다. 특히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촬영했던 일본인 가옥거리 입구에서 구룡포리어촌계 사무실까지 500여m 구간은 테트라포드(일명 삼발이) 형태의 방파제마저 없어 강풍과 월파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이곳 대게 회식당들은 지난 달 말로 붉은대게 금어기가 끝나 수족관을 가득 채우고 장사에 나섰지만 수리부터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회식당 주인 김용운(58)씨는 "폭탄이 터지듯 유리창이 부서지더니 순식간에 집채만한 파도가 들이 닥치면서 식당 전체가 도로 밖까지 쓸려 나갔다"며 "정전으로 수족관을 꽉 채운 킹크랩과 수입산박달대게, 얼마 전 직접 잡은 홍게까지 500마리 이상 잃었다"고 말했다.
이곳에 면적 500㎡ 규모의 대게 냉동창고가 있는 한 수산업체는 태풍 마이삭에 전체 시설의 3분의2 이상 뜯겨져 나가는 손실을 입었다. 지붕과 철골로 된 기둥만 남고 8㎡ 남짓한 사무실까지 부서져 건물 전체가 휑하니 뚫렸고, 시멘트와 타일로 만든 수조는 강풍에 날아 온 벽돌로 가득 찼다.
수산업체 관계자는 "해마다 태풍에 약간씩 피해를 입긴 했지만 냉동창고 건물이 통째로 사라진 건 처음"이라며 "다들 이번 태풍에 피해가 적었다고 하는데 구룡포에 와 보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거다"고 말했다.
구룡포읍 상인들과 주민들은 태풍 마이삭으로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제 10호 태풍 '하이선'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김성호 남양수산 대표는 "해삼을 양식하는 축양장 전체가 망가져 이제 겨우 치우기 시작했는데 태풍 소식에 힘이 빠진다"며 "코로나로 가뜩이나 어려움이 많은데 태풍 피해까지 입으니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 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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