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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주 산간마을 오소로테펙 주민들이 지난 5월 코로나 방역에 극렬하게 반발한 사건이 있었다. 예방 차원에서 소독제 뿌리는 방역 요원을 폭력으로 저지하고, 이를 막는 경찰차에 불을 질렀다. "지구의 인구과잉 상태를 끝내기 위해 나라마다 돌아가면서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리는데 이번이 멕시코 차례"라는 헛소문을 믿는 사람들 소행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5G 기지국이 불타올랐을 때처럼 '무지'가 초래한 방역 훼방이다.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흔한 쟁점 중 하나가 마스크다. 지금까지 사례나 연구를 보면 마스크가 효과적인 코로나 예방책이라는 전문가 조언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이유는 '문화'거나 개인의 자유 침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신념'이다. 나라를 불문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개인 위생에 소홀하다. 미국 UC버클리대학 연구진 조사를 보면 남자들은 마스크 쓰는 것이 "망신스럽다"거나 "약해보인다"는 이유를 댄다. '남자다움'이라는 전통적인 성역할의 영향이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정부에서 마스크 쓰라, 말라는 것을 개인의 자유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최근 조사에서는 여러 주 정부가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는데도 여전히 쓰지 않는 사람이 20%는 됐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쓰지 않을 권리'를 이유로 든다. 방역 조치 강화 반대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유럽에서도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며 기본권을 앞세워 마스크를 벗었다.
□가장 나쁜 유형의 방역 훼방은 이 이슈를 이념화, 정치화해 선동하는 경우다. 지난달 29일 독일 베를린 시위에서는 방역을 강화하는 정부를 "파시즘"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메르켈 물러가라"며 극우 세력도 가세했다. 뼈를 깎는 코로나 방역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매도하다 느닷없이 현 정부를 "공산주의 사회주의로 몰고간다"고 비난하는 전광훈 교회의 아무말 대잔치는 어이없는 수준이다. 코로나는 약이라도 나온다지만 이런 이념적 맹신, 종교적 광신에 무슨 처방이 있을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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