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하진부리 박광진씨 교각 균열 발견
뛰쳐나와 건너편 차량? 통제 큰 사고 막아
"다리가 무너지려 해요. 빨리 후진하세요."
3일 오전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몰고 온 물폭탄을 맞은 강원 평창군의 한 마을에서 교각이 무너지기 직전 마을주민이 차량 통행을 제지, 인명피해를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 주민 박광진(59)씨는 이날 오전 마을과 시가지를 연결하는 송정교 상판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불어난 흙탕물이 길이 150m, 폭 8m의 다리를 집어 삼킬 듯 맹렬한 기세로 위협하고 있었다. 평창 하진부리엔 밤새 22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 7시 28분쯤 황급히 다리 쪽으로 뛰어나간 박씨는 건너편에서 진입한 승용차를 향해 "물러나라"며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른 것은 물론 후진하라는 손짓을 계속 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박씨로부터 "다리가 곧 무너질 지 모르겠다"는 전화를 받은 홍준균(48) 송정4리 이장도 현장에 나와 차량을 향해 소리치며 운전자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당시 다리를 절반 가량 지난 승용차는 박씨 등의 몸짓을 보고 비상등을 켜고 급히 후진했다. 그리고 30여초가 흐른 뒤 다리 일부가 폭삭 주저 앉았다.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을 모면한 것이다.
홍 이장은 "출근 시간대라 박씨가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정말 큰일 날뻔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씨는 다리 유실 이후에도 소방, 경찰 등과 함께 오전 9시쯤까지 다리를 떠나지 않고 통제에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06년과 같이 큰 피해가 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다리 쪽으로 뛰어나갔다"며 "오늘처럼 위급한 상황이 오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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