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이식환자 전달대비 100명 가까이 줄어
병원들 "비응급 이식수술은 일정 조율한다"
뇌사추정자 통보다 지난달 후반 12%나 줄어
의료계 파업 불똥이 촌각을 다투는 장기이식 환자에게까지 튀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사명을 지닌 의사들의 집단 휴진(파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장기이식 대기자들을 한숨 짓게 하고 있다.
3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따르면, 의료계 파업이 본격화한 지난달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는 293명으로 7월(384명)보다 100명 가까이 줄었다. 장기이식은 생존한 사람이 장기를 이식해주는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의 장기를 다루는 ‘뇌사자 장기기증’으로 나뉜다. 뇌사자가 발생한 때에만 수술이 가능한 뇌사자 기증과 달리 생체 간 이식은 일정 조율 등 수술 전 과정이 병원의 직권에 달려있다.
의사들의 집단휴진 등 영향 탓으로 ‘매우 위급’으로 분류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이식수술 일정이 미뤄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월 평균 10건 안팎의 생체 간 이식 수술을 하는 서울대병원은 신장이식과 같이 당장 수술하지 않아도 투석으로 버틸 수 있는 환자의 수술을 30~40% 연기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위급 수술은 즉시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연기한 사례가 있다”며 “당사자나 가족들도 (의사파업으로) 상황이 좋지 않으니 한 달 뒤에 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도 파업으로 인한 전문의ㆍ전공의 인력부족으로 일부 장기이식 수술 일정을 조정했다. 병원 관계자는 “장기이식 수술은 고도의 숙련의가 필요해 주로 교수급 의료진이 맡지만, 수술 과정에 전임의 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응급환자의 수술은 우선 시행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위급한 환자는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공여자와 이식대기자 간 수술만 남겨진 생체 간 이식은 그나마 상황이 좀 낫다. 생전 장기기증에 동의했거나 보호자들이 기증 의사를 밝힌 뇌사자 장기기증은 절차가 더 복잡하다. 의료 인력이 세부 절차에 미치는 영향도 커,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
먼저 각 병원에서 뇌사추정자가 발생하면, 병원 측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통보한다. 통보를 받은 KODA 코디네이터는 해당 병원을 찾아가 주치의를 만나 환자 상태에 대해 들은 뒤 환자 가족들에게 장기기증 절차를 설명한다. 이 때 환자 가족이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밝히더라도, 즉각 이식수술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뇌사1ㆍ2차 검사, 뇌파검사, 뇌사판정위원회를 거쳐 장기이식에 적합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평균 2박 3일이 걸린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이식 수술만 남겨둔 때에는 큰 문제가 없다. 대형병원 관계자들은 “뇌사자 장기기증은 워낙 귀해서 오는 대로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장기이식 절차의 첫 단추인 '뇌사추정자 통보' 단계에는 의료진의 판단이 필요해 장기이식 대기자들은 의사만 바라보고 있다. KODA에 따르면, 지난달 1~15일 97건을 통보 받았으나, 16~31일에는 85건으로 감소했다. 같은 달 보름 만에 12%나 줄어든 것이다.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에겐 눈에 띄게 큰 차이다. KODA 관계자는 “기증자나 장기의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고 기증자가 꾸준히 나타나는 건 아니어서 오로지 의사 파업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이후 코디네이터의 병원 접근이 어려워진 데다 의료계 파업까지 겹쳐 대기자들의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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