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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확충 여론 아랑곳 않는 집단 휴진, 의사집단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

입력
2020.09.03 2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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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응시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전공의 집단 휴진에는 여론을 아랑곳 하지 않는 "엘리트주의, 폐쇄적 위계주의"에 "정치적 보수주의"까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최근 전공의 집단 휴진에는 여론을 아랑곳 하지 않는 "엘리트주의, 폐쇄적 위계주의"에 "정치적 보수주의"까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태석 선임기자

코로나19 감염 급증으로 중환자 병상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의사들의 집단 휴진이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수련 과정의 인턴ㆍ레지던트로 구성된 전공의협의회가 먼저 나섰고, 이어 대한의사협회가 3일간 총파업을 했다. 전공의 휴진율은 80%를 넘는다. 의협은 정부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7일 다시 전면 휴진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를 확충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해 지역 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에 시민은 의사만큼 반대하지 않는다. 최근 약 7만 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관련 조사에서도 찬성이 56.5%였다. 하지만 의사는 90% 이상이 반대했다. 정권마다 비슷한 방향의 정책을 한번쯤은 구상했으니 진보,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

의사들이 결사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 시민 다수가 원하는 공공의료 확대를 의사가 반발한다고 멈춰야 할까. "세상이 아프면 의사도 아파야 한다"며 의사의 사회적 책임을 앞세우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를 4년째 맡고 있는 우석균(58) 성수의원 원장을 만나 최근 집단 휴진의 배경과 해법에 대해 들었다. 우 원장은 20년 전 공단 시절부터 의원이 있는 서울 성수동에 터를 잡고 산재 노동자와 주민 진료를 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 휴진에 대해 정부가 정책 추진을 보류하고 같이 논의해 보자며 설득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코로나19 위기에 이만하면 접고 대화할 만도 한데 휴진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의협이나 전공의 모두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반대를 주장하는데 사실 최근 의협 파업은 참여가 10%도 안 됐다. 전공의가 유난히 심하게 반발하는 데는 세대의 특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은 의학전문대학원 세대로 4년 대학을 마치고 4년 더 공부해 기존 의대보다 투자가 많았다. ‘공정’에 민감한 20, 30대의 특성도 작용할 수 있다. 공공의대는 추천으로 한다는 가짜 뉴스를 믿는 의대생, 전공의가 의외로 많다. 나는 의사되려고 이만큼 노력했는데 시민단체 추천으로 의사 만드냐는 논리다. 전공의협의회 비대위가 엊그제 발표한 대통령 호소문에 환자들에게 죄송하다는 이야기가 빈말로라도 한마디 없었다. 환자도, 여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힘을 보여 주겠다는 지독한 엘리트주의다.”

-하필 코로나 상황에서 새 의료 정책을 끄집어내 의사를 자극했다며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런 점이 없지 않지만 정책이 올바른 방향인가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의대 정원 확대나 공공의대 설립 모두 지난 대선 공약에 들어 있다. 국공립 중심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대 확충으로 의료 격차를 줄인다는 혁신안도 진즉 나와 있었다. 코로나 사태는 지역의료, 공공의료의 강화 필요성을 오히려 또렷이 보여 주는 것이고 정부도 이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측면이 있다.”

-의사 숫자를 두고 의협에서는 국내의 경우 증가율이 빨라 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설 거라고 한다. 또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OECD 1위라며 이미 의료 접근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다고도 하는데.

“의사 숫자가 OECD 평균보다 적다는 건 의사단체도 인정한다. 증가율이 빠르다는 건 착시다. 2008년 기준으로 증가율이 6배라는 건데 그 비율이 점차 감소해 최근 OECD 평균은 1.6%, 우리는 2.0% 수준이다. 이런 추세로 평균에 도달하려면 70년은 걸린다.

연간 1인당 진료 횟수는 16.6회로 OECD 평균(7.1회)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진료행위가 많다고 의료 질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이 통계를 담은 OECD 보고서에는 ‘행위별수가제의 문제로 과잉 진료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의료 접근성은 진료 횟수로만 따질 수 없다. 지역 격차가 크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분만할 수 없는 시군구가 60곳이다. 30분 내 응급실에 도착할 수 없는 지자체도 99곳이나 된다. 지역 의사 숫자를 늘려 이런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의협에서는 지역 간, 진료과목 간 불균형은 증원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수가 조정 등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의협은 기승전 수가다. 수가 조정은 복잡한 문제다. 진료별 상대 가치를 어떻게 바꿀지, 어느 지역 수가를 높일지 정하기 쉽지 않다. 지금 지역에서는 연봉 3억원, 5억원을 준다고 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 이미 국내 의사의 수입은 평균임금의 5배를 넘는다. 다른 나라는 평균임금의 2~4배 수준이다. 수가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필수과 수가를 올렸지만 그래도 지망생이 없는 경우에서 이미 확인됐다. 흉부외과는 병원에서 전문의를 안 뽑고 비용이 덜 든다는 이유로 전공의만 쓴다. 결국 의욕이 있더라도 전문의 할 곳이 없으니 아예 선택을 기피한다.”

-의협은 원격 의료, 한방 첩약 급여화도 반대하는데.

“디지털 의료는 우리도 반대다. 기술 발전에 맞춰서 넓혀가면 되지 서두르다가는 의료 민영화를 자초할 수 있다. 의료기기 사업을 하는 대기업 밀어주기가 되지 않도록, 의료 정보 보호를 위해서라도 조심스럽게 가야 한다. 한방 급여화 시범사업은 사회적 합의체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다. 건강보험 적용은 국민의 선호로 결정된 것도 많다. 파업까지 할 이유는 아니다.”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추진 방향에 문제는 없는가.

“지역 의사제는 사립이 주축이어서는 안 된다. 400명을 증원한다면서 그중 300명을 50명 이하인 대학에 나눠 준다. 전체 15개 중 사립의대가 12개다. 국공립에서 장학금 주고 의사를 양성해 공공병원에서 근무하도록 하자는 보건의료시민단체의 그간 주장이 왜곡된 것이다. 공공의대도 49명이면 너무 적다.

정부가 구상하는 10년 지역 근무는 실제 수련 기간을 빼면 5년 정도에 그친다. 적어도 15년 이상 근무하고 그 뒤에도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그 지역 출신에 가점을 주어서 뽑아야 한다. 의사들이 지역에 머물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회 참여, 안식년, 순환근무 등으로 자기실현을 하면서 배운 만큼 일하고 공부할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안보다 더 개혁적이어야 한다는 말인가.

“정부안이 너무 미흡하다.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공공의료 시설이나 인력 확충 방안은 아예 제시하지도 않았다. 지금보다 더 개혁적이지 않으면 공공의료 확대가 아니라 현재의 민간 중심 병원을 강화하는 꼴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공공의료는 시설로는 5%, 병상 수로는 9% 남짓한 열악한 수준이다. OECD 평균이 70%이고, 우리처럼 민간병원 비율이 높다는 미국, 일본도 25%, 30% 수준은 된다. 권역별로 국립대학병원이 중심이 되고 지방의료원과 보건소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공공의료 네트워크를 튼실히 짜야 한다. 이런 증층형 네트워크가 있어야 의사 교육도, 의사 교류도 가능하다.”

-전공의 집단 휴진에 병원장이나 의대 교수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사립병원이 인턴, 레지던트를 착취하는 상황에서 병원장들이 파업을 지지하는 건 위선이다. 대한의학회에서 ‘전공의 탄압 중단하라’며 최근 낸 성명을 보면 전공의가 피교육자이지 왜 필수 인력이냐고 묻는다. 무슨 교육을 피교육자들이 주 80시간만 받게 해 달라고 외칠 때까지 하나. 이런 교육 시스템도 개선해야 하고 그러려면 교수들이 먼저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교육 시스템이나 노동조건 개선은 정책으로 강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커진 상황이라 집단 휴진에 대한 여론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공공의료기관이 이번에 정말 늘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시민과 환자의 편에 서는 윤리의식이 있는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코로나에 이만큼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얼마 되지 않는 공공병원이 잘 버텨주기 때문이다. 국내 병상은 민간이 90%인데, 코로나 입원 환자의 90%는 공공병원에 있다. 이런 데도 공공의료 확대를 가로막고 나서면 누가 납득하겠나.”

-이번 휴진 사태는 어디서 접점을 찾아야할까.

“2000년 의약 분업 때 7, 8개월 이어진 의사 파업은 수가 인상으로 마무리됐다. 그때 돈 된다고 대학병원 나와 개원하는 의사들이 줄을 섰다. 의사들은 그 싸움을 정부에 대한 승리로 기억한다. 그 뒤 20년 동안 의료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다가 이번에 의사 10% 늘리겠다는 미미한 개혁이 극렬한 반대에 부딪친 것이다. 어느 나라든 의료 개혁에는 의사 집단의 저항이 있었다. 이 기득권의 저항을 넘어서지 않고 개혁은 불가능하다. 코로나 때문인지 지금 정부가 너무 빨리 양보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시민의 힘으로 개혁을 끌어갈 생각을 해야 한다고 본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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