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떼어내고 '국민희힘' 파격적 개명
초ㆍ재선 신뢰… 중진 "외부인사일 뿐"
김종인, 안철수와 연대엔 선 그어
4ㆍ15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그가 3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김 위원장의 100일은 '외연 확장'과 '극우 거리두기'로 요약된다. 광주 5ㆍ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 꿇고 사과한 것, 광복절 광화문집회 주도 세력과 결별 제스처를 취한 것, '기본소득'을 당 정강정책에 담은 것, 국민의힘이라는 파격적 이름으로 개명한 것 모두 김 위원장의 작품이다. 김 위원장이 '당을 접수하러 온다'며 흘겨 봤던 당내 인사들의 평가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김종인 “혁신의 DNA 당에 확실히 심겠다”
김 위원장의 취임 성과는 당 지지율에서 나타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취임할 당시인 6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7.5%에 그쳤다가 지난달 2주차 조사에선 36.5%로 껑충 뛰었다. 2배 차이였던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도 오차범위 안팎으로 줄었다.
김 위원장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듯,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변화와 혁신’을 또 한번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후퇴하지 않을 변화와 혁신의 DNA를 당에 확실히 심겠다”며 “지금은 변화와 혁신의 시동을 걸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시선은 오로지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이듬해 대선에 꽂혀 있다. 그는 “당이 국민에게 가장 사랑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꿔, 자연 발생적으로 내부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손 잡을 가능성에 대해선 “안철수씨가 어떤 생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희망의 모멘텀 생겨”vs “그래도 외부 사람”
김 위원장의 혁신 작업은 당내 초ㆍ재선 그룹에서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김종인 체제 이후 계파 갈등, 당내 갈등이 사라졌다. 지지율이 반등한 것은 분명 좋은 징조"라고 평가했다.
이른바 '반대파'에서도 김 위원장을 다시 보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반대했던 조해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은 우리 당 희망의 모멘텀이 비대위를 통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조 의원은 “지지율이 푹 치고 올라가고 그런 건 아니지만, 바닥을 헤매던 희망이 없던 상황에 비하면 우리도 해볼 수 있다는 희망의 실마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우리 사람'으로 완전히 인정 받은 건 아니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스스로 깨어나야지, 외부 인사에게 당의 미래를 맡기면 자생력도 생기지 않고 올바르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 역시 “나름 애를 쓰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며 “당명 개정이나 정강정책 수정에 대해 당 전체가 공감하고 있지도 않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의 연대에 선을 그은 데 대해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비대위가 새로운 기득권이 돼 텃새를 부려서는 안된다. 배타적, 수구적인 당 운영은 더더욱 안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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