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ㆍ우울 등 심리 변화로 입맛도 변해
편의점에서 매운맛 상품 매출 급증
정서 안정 위해 '반려식물' 키우는 사람도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는 많은 일상을 바꿔놓았다. 휴가철 해외여행으로 숨 돌릴 여유가 없어졌고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으로 지인, 동료들과 만남도 없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우울과 무기력감을 표현하는 '코로나 블루'란 용어까지 나온 배경이다. 심리적으로 지친 이들의 장바구니 목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매운맛 제품이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반려식물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3일 편의점 업체인 CU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재확산이 본격화된 8월 16일부터 31일까지 식품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운맛 상품 매출이 전월 동기보다 23.7% 증가했다.
인기 상품은 라면 종류였다. 불닭볶음면을 비롯해 청양고추라면 등 매운맛 라면 매출의 증가폭이 20.8%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라면 매출이 11.2%였던 점을 고려하면 매운맛 라면 선호도는 기대 이상이다. 도시락 상품 중에서도 매콤불고기 도시락이 CU 전체 도시락 중 매출 1위로, 2위인 직화고기 도시락보다 17.9%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홈술족의 영향으로 냉장안주 매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닭강정, 곱창볶음, 닭발, 곱창짜글이 등 매콤한 상품 매출 비중이 기존 33.7%에서 최근 42.2%까지 올랐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엔도르핀 호르몬이 분비돼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민정 BGF리테일 신선식품팀 MD(상품기획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변화가 생기고 그에 따라 입맛이 변해 선호 상품도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블루 분위기 속에 식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식물을 키우며 위안을 얻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자 집 안에서 자연의 생기를 느끼며 정서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집 안 곳곳에 화분을 두고 가꾸거나 베란다, 옥상 등 자투리 공간을 텃밭으로 활용하며 '플랜테리어(식물인테리어)'가 떠오르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인터파크 6~8월 식물을 가꾸는 가드닝 상품군 매출이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모종ㆍ묘목과 흙 매출이 각각 92%, 88% 증가했다. 아울러 화분은 48%, 자갈이나 식물영양제 등 기타 원예용품도 53% 뛰었다. 화병 등 인테리어 소품과 인조잔디, 실내분수 등 정원 소품 매출도 각각 50%, 26%씩 늘었다.
유통 업계에선 해당 품목들의 비중을 늘리면서 프로모션도 강화하고 있다. 구유경 인터파크 원예 카테고리 MD는 "예전에는 집 가드닝의 목적이 미세먼지를 줄이거나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에 집중됐는데, 최근에는 심리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초보자라면 각자 집 환경에 맞는 식물을 고르는 게 좋고 집에 자연광이 부족하거나 경험이 없다면 조화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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