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물폭탄에 초속 50m 강풍 몰아쳐
순식간에 도로 잠겨 차량고립 사고 잇따라?
2만4,000가구 정전에 하천 범람 위기도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제주를 덮쳤다. 800㎜ 넘는 물폭탄을 쏟아냈고, 초속 50m에 가까운 강풍으로 제주 곳곳이 물바다가 되고 암흑천지로 변했다. 주요 도로가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잠기면서 차량들이 고립돼 차량 내에 갇히는 사고가 잇따랐고, 도심 하천이 범람 위기를 맞아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다. 강한 바람에 고압전선이 끊겨 2만4,000가구가 암흑 속에 빠졌고, 가로수와 신호등이 힘없이 꺾이는 등 강풍으로 인한 시설피해가 늘어나면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119신고도 폭주했다.
2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22분쯤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에 있는 반지하 가게 안에 빗물이 차면서 침수되고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거동이 불편한 70할머니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가게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도내 도로 곳곳이 갑자기 물바다로 변하면서 차량 내에 갇혀 있다는 구조신고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5시18분쯤 서귀포시 색달동에서는 차량 내 고립됐다 4명이 구조됐고, 오후 6시47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서도 2명이 차량에 갇혔다가 구조됐다. 구좌읍 행원리에서는 오후 6시43분쯤 전복된 차량 내에서 운전자 1명이 구조됐다. 또 이날 오후 9시 이후 도로 사정이 악화되면서 일부 버스노선의 운행도 중단됐다.
이날 오후 9시 현재까지 도소방안전본부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481건에 달했다. 인명구조 신고 외에도 강풍에 맥없이 꺾여나간 가로수와 신호등, 바람에 날리는 간판 등에 대한 안전조치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강풍에 고압전선이 끓기는 사고 등으로 인해 이날 오후 9시 현재까지 제주시 도심 지역을 포함해 도 전역 2만4,0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이 중 상당수 가구에 대한 복구작업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태풍 마이삭은 제주에 8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 부었다. 제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5시54분쯤 태풍이 퍼부은 집중호우로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이 범람할 우려가 높아, 인근 주민들에게 월대마을회관으로 대피해달라고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제주시 동문시장 남수가 일대 산지천도 수위가 시시각각 올라오면서 범람 위기를 맞았다.
이날 오전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이 높은 파도와 만조 현상으로 물에 잠겨 인근에 주차했던 차량들을 긴급히 대피시키고, 일대 출입을 통제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만조는 밀물이 가장 높은 해수면까지 들어와 바닷물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 있는 서귀포 관측지점에서는 이날 오후 늦게 17.7m의 파도 높이가 기록되기도 했다. 17.7m의 파도는 6∼7층 규모의 아파트 높이다.
기상청 지역별 상세 자동 관측자료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후 9시 현재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811.5㎜, 한라산 영실 790㎜, 사제비 758㎜ 등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또 남원읍 신례 368㎜, 제주시 새별오름 358㎜, 서귀포시 성산 239㎜, 서귀포시 196㎜ 등 많은 비가 내렸다.
초속 50m에 가까운 강풍도 불었다. 주요 지점별 최대 순간풍속(초속)을 보면 이날 오후 8시30분 기준으로 제주시 고산 49.2m, 윗세오름 39.9m, 지귀도 39.9m 등을 기록했다.
제주를 잇는 하늘길과 바닷길 모두 통제됐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이후로 모든 항공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이날 운항 예정이었던 항공기 392편 중 372편(출ㆍ도착 포함)이 결항 조치되면서 관광객 등의 발도 묶였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태풍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결항하는 항공편이 늘어날 수 있고, 3일 오전까지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이용객들은 사전에 항공기 운항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바닷길은 높은 파도 등으로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 여객선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도내 항·포구에는 태풍을 피해 어선 등 선박 1,950여척이 대피했다.
태풍 마이삭은 이날 오후 9시 서귀포 동쪽 약 130㎞ 부근 해상을 지나 시속 32㎞로 부산으로 북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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