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20대 때 정의화ㆍ윤종필 전 의원도 동명 법안 발의공동발의했던 하태경 "같은 법안도 시기 따라 달라"
의사 출신의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발의한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의료인을 강제로 북한에 동원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진이 장기간 헌신하는 상황에서 나온 법안이라 논란이 거셌다.
야당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논평에서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섰던 의료진을 물건 취급하고 강제 징집하듯 동원해 북한에 파견하겠다는 의미"라며 "정부 여당은 해당 법안들을 즉각 폐기하고 경각에 있는 우리 국민들을 제발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남북보건의료법은 절대로 의료진을 강제로 북한에 보내기 위한 법안이 아니다"라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현장에 나가고자 하는 의료진이 있으면 정부가 지원하는 근거가 담긴 법안"이라고 해명했다. 또 "의료계의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해당 법안의 과감한 수정, 삭제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야당서 먼저 같은 법안 발의" 주장 확산
논란이 불거진 이후 일각에서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도 과거 같은 법안을 발의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조항은 19대 국회에서 정의화 의원(미래통합당), 20대 국회에서 윤종필 의원(미래통합당)이 각각 발의했던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법안'에도 똑같이 들어가 있는 조항"이라고 주장하며 신 의원과 정 전 의원, 윤 전 의원의 법안을 각각 비교해 올리기도 했다.
신 의원 역시 "이 법안은 19대 국회 때 정의화 새누리당 의원, 20대 윤종필 미래통합당 의원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며 "소속 정당이 달라도 좋은 취지의 법안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에 발의했다"고 언급했다. 또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위해 전문가들과 오래 논의하고 힘을 모은 법안이 더 이상 왜곡되지 않기 바란다"고도 말했다.
2015년, 2016년 두 차례 발의… 여야 모두 동참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진 의원과 신 의원의 주장처럼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두 차례에 걸쳐 발의됐다. 정의화 전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2015년 5월 29일 동명의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고, 윤종필 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2016년 11월 28일 동명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다만 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각각 2016년 5월 29일과 2020년 5월 29일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정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정 전 의원 외 나경원 통합당 전 의원과 이채익 통합당 의원, 서영교 민주당 의원 등 61명의 의원들이 동참했다. 윤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윤소하 전 정의당 의원, 박덕흠 통합당 의원 등 9명의 의원이 공동발의로 이름을 올렸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두 법안 발의에 모두 참여했다.
두 의원이 발의한 모두 제9조에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정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제9조(재난 공동대응 및 긴급지원) ①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제1호에 따른 재난(이하 이 조에서 "재난"이라 한다)이 발생할 경우 남한과 북한의 공동대응 및 보건의료인력ㆍ의료장비ㆍ의약품 등의 긴급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윤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제9조(재난 공동대응 및 긴급지원) ①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에 보건의료 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남한과 북한의 공동대응 및 보건의료인력ㆍ의료장비ㆍ의약품 등의 긴급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신 의원이 7월 발의한 법안은 윤 전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의 조항을 그대로 따랐다.
2015년과 2016년 법안을 공동발의 했던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정치에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 같은 내용의 법안이라도 어느 시기에 발의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북한과 관계가 좋다면 부적절한 법은 아니지만, (지금은)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압력이 있었더라도 신 의원이 말을 뒤집고 사과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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