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사실상 무시 첫 사례
사기적 부정거래ㆍ시세조종 등 총 4개 혐의 적용
이재용, '국정농단' 뇌물사건과 별개로 또 법정에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 이로써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이 사건 확정 판결이 나기도 전에 또 다시 별개 사건의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서게 됐다.
다만 검찰의 이번 기소는 지난 6월 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에 대해 내렸던 ‘불기소 권고’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처음으로 무시한 사례이기도 해,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1일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실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흡수합병과 관련,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 등도 공범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또, 불법합병 은폐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김 전 팀장 등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재판에 넘겨진 삼성그룹 임직원은 총 11명에 달한다.
검찰은 2015년 5~9월 이뤄진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일환으로 실행된 ‘부당한 합병’이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합병 거래의 주요 단계마다 삼성 측이 삼성물산 투자자들을 상대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PB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를 벌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점에 이뤄진 ‘이재용을 위한 무리한 합병’이었으며, 이 과정에 이 부회장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법 합병 은폐를 위해 그룹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분식회계)도 있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다.
검찰은 이와 관련, 지난 6월 초 이 부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단계 및 수사심의위 심사 당시엔 포함되지 않았던 ‘업무상 배임’ 혐의도 이번에 새로 추가했다. 흡수합병으로 소멸되는 삼성물산 이사들이 미전실 지시에 따라 법인과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을 실행하면서도 업무상 임무에 반해 그 필요성, 합병비율ㆍ시점의 적절성 등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 결과,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이득을 취했고, 삼성물산 및 주주들에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 이후, 외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사내용과 사건 처리 방향을 전면 재검토했다”며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 관계,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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