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뼈가 52개나 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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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뼈가 52개나 되는 까닭은?

입력
2020.09.01 16:02
수정
2020.09.0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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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장

©게티이미지뱅크


‘태-종-태-세-문-단-세’로 이어지는 조선왕조의 계보, ‘데어-데스-뎀-덴’으로 이어지는 독일어 정관사 같은 것을 누구나 즐겨 암송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암기하고 나면 쓸모가 많은데다가 암기할 때 경험하는 묘한 리듬감이 한몫했던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여기서 뭔가 더 확장되기는 어려웠다. 이에 반해 ‘종-속-과-목-강-문-계’라는 생물학 분류체계는 또 다른 눈을 뜨게 해주었다. 바로 계층 구조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범주화하면서 열리는 새로운 사고체계를 접하게 된다.

종-속-과-목-강-문-계에서 문(門)은 생명의 설계도에 해당한다. 동물계에는 총 36개의 동물 문이 존재한다. 이 이야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의 설계도는 현재 36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많다고?” 동물 문이 36개나 된다는 말에 이렇게 반응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다. 척추동물 문, 연체동물 문, 절지동물 문…. 뭐, 이 정도 기억하시면 된다. 조금 더 기억하시는 분들은 여기에 극피동물 문과 선형동물 문 정도를 추가하실 테다. 당연하다. 우리가 평소에 보는 동물이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동물 이름을 대라고 하면 대개 척추동물을 이야기한다. 고등어(어류)-개구리(양서류)-거북이(파충류)-닭(조류)-코끼리(포유류)처럼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인류가 뼈대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가끔 자신은 뼈대 있는 집안 출신이라고 뻐기는 분들이 계시는데, 송사리도 뼈대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릴 때 주일학교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것과는 달리 뼈의 수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다. 남자도 여자처럼 갈비뼈가 12쌍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노소의 차이는 있다. 사람은 성숙할수록 뼈의 수가 줄어든다. 갓 태어난 아기의 뼈는 270개인데 성인이 되면 206개로 줄어든다. 그렇다고 해서 있던 뼈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뼈들이 융합해서 숫자만 줄어든다.

인체는 크게 몸통과 팔다리로 나눈다. 어디에 뼈가 가장 많을까? 몸통에는 80개의 뼈가 있다. 흔히 머리뼈는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머리에만 29개의 뼈가 있다. 여기에 척추 26개와 가슴우리 25개를 더하면 80개다. 나머지 126개는 팔다리뼈다. 그런데 손과 발에는 각각 27개와 26개의 뼈가 있다. 손과 발은 대개 두 개씩이니 합하면 106개가 된다. 사람에게 있는 뼈 206개 가운에 106개가 오로지 두 손과 발에만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사람의 특징이다. 사람의 경우 손과 발에 5개씩의 손등뼈와 발등뼈가 있다. 손등과 발등 하나마다 각각 다섯 개의 뼈가 있는 형태는 네 발 달린 짐승의 진화과정에서도 아주 오래전에 나타난 형질이다. 사지가 있는 모든 동물은 다섯 개의 손발가락이 있었는데 동물이 진화하면서 발가락 수가 변했다. 큰 덩치를 버티면서 빨리 달려야 하는 말은 발가락이 다섯 개에서 세 개로 줄더니 이제는 하나뿐이다. 대신 말 발등뼈 하나가 사람 발등뼈 다섯 개를 합한 것보다 더 커졌다. 하지만 영장류는 다섯 개의 발등뼈가 모두 남아 있다. 손과 발을 이용해서 나뭇가지를 꽉 움켜쥐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를 비롯한 다른 유인원들은 스마트 폰을 쓸 수 없다. 아무리 똑똑해져 봐야 소용없다. 엄지손가락 때문이다. 사람은 엄지손가락이 다른 네 손가락과 마주 닿을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엄지족’으로 진화한 삶을 살고 있다. 인류는 악력, 즉 손으로 쥐는 힘이 매우 약하다. 하지만 그 어떤 생명보다 손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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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발은? 오로지 발에만 우리 뼈의 4분의 1인 52개의 뼈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손뼈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발뼈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엄지발가락은 엄지손가락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기껏해야 방바닥에 떨어진 리모컨을 집어 올릴 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람 엄지발가락이 쥐는 역할을 포기한 까닭은 두 발로 걷기 위함이다. 엄지발가락으로 지구를 밀고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가라는 뜻이다. 발뼈가 아깝지 않도록 많이 걷자. 그게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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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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