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 300여명 대상 860여회 조사
4년 전 국정농단 수사서 부당 합병 제기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한 검찰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수사가 1년 9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검찰은 삼성그룹 관계자뿐 아니라 주주ㆍ투자자, 외부 전문가 300여명을 상대로 860회에 걸쳐 조사 및 면담을 진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거친 만큼, 법원에서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가 촉발된 건 4년 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수사 때부터다. 당시 이 부회장이 자신의 '숙원사업'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고, 최순실-정유라 모녀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7년 2월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특검의 국정농단 수사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의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금융감독원은 2017년 3월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참여연대도 2018년 7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건을 검토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증선위의 고발을 접수한 지 한 달 만에 삼성바이오, 삼성물산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은 수사의 첫 분수령이 됐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삼성 측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 수사 방향을 증거인멸 쪽으로 급선회했다. 지난해 5월 삼성바이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직원들이 공장 바닥 아래 서버와 노트북 등을 무더기로 은닉한 행위가 발각됐고,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로 이모(57)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등 삼성그룹 임직원 8명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증거인멸 ‘윗선’으로 지목한 김태한(63) 삼성바이오 대표는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는 쓴맛을 봐야 했다.
이후 주춤하던 수사는 올해 들어서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로 확대됐다. 검찰은 올 초부터 그룹 심장부인 미래전략실 임원들을 잇달아 소환하고, 5월 이 부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던 중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고, 검찰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법원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전 미전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전 미전실 팀장(사장)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고, 수사심의위마저도 이 부회장의 불기소를 권고했다.
다만 검찰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다량의 증거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삼성전자 등 10개 계열사를 37회에 걸쳐 압수수색하고, 임직원 주거지도 13회 압수수색했다. 삼성 측 서버와 PC에서 압수해 분석한 디지털자료만 2,270만건(약 24 테라바이트)에 달하고, 법원에 제출된 수사기록은 437권 21만쪽 분량이다. 특수통 검사들도 대거 투입된 수사는 송경호(50ㆍ사법연수원 29기)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현 여주지청장), 이복현(48ㆍ32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 수사팀장을 맡아 이끌었다. 이 부장검사는 3일자로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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