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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과일 작아지나'…대과 확보 위해 못난이까지 사들이는 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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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과일 작아지나'…대과 확보 위해 못난이까지 사들이는 마트

입력
2020.09.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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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모양 좋은 배·사과 30% 줄어”?
장마로 생산량 감소, 가격은 오름세
농가 돕고 물량도 확보하는 풀세트 매입
“시세보다 20~30% 싸게 판매 가능”

경기 이천에 있는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직원들이 명절 선물용으로 내놓을 크고 모양 좋은 배를 선별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경기 이천에 있는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직원들이 명절 선물용으로 내놓을 크고 모양 좋은 배를 선별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한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명절 차례상에 올릴 과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역대 최장 장마로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한 탓에 크기가 작은 데다 생산량도 줄었기 때문이다. 가격도 오름세다. 대형마트는 최상급을 가져오기 위해 못난이 상품까지 수확 물량 전체를 한꺼번에 사들이며 명절용 과일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기록적인 장마가 업계의 과일 수급 방식마저 바꿔놓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추석 선물의 대명사로 꼽히는 배와 사과가 일조량 부족으로 잘 자라지 않아 예년보다 물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생산되는 햇배 물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19%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사과 공급량도 작년 대비 약 10%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긴 장마 때문에 선물세트로 포장되거나 차례상에 올라갈 만큼 크고 모양이 좋은 대과는 작년보다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생산량 하락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1일 기준 배(원황) 도매가격은 15㎏에 4만6,300원으로 1년 전(3만8,050원)보다 1만원 가까이 올랐다. 사과(홍로) 도매가는 상승 폭이 더 크다. 1년 전 10㎏에 4만2,450원이었는데 1일엔 7만1,000원을 찍었다. 물량은 적고 가격은 급등한 과일을 추석 전에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내놓기 위해 대형마트는 ‘풀세트(full set)’ 매입을 택했다.

추석을 맞아 출시된 사과 선물세트. 긴 장마로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최상급 사과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추석을 맞아 출시된 사과 선물세트. 긴 장마로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최상급 사과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마트 제공


경기 이천에 있는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직원들이 명절 선물용으로 내놓을 크고 모양 좋은 배를 선별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경기 이천에 있는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직원들이 명절 선물용으로 내놓을 크고 모양 좋은 배를 선별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보통 과일 농가들은 상품을 수확한 뒤 현지 유통센터나 선별장에서 크기나 모양, 당도에 따라 상·중·하로 등급을 나눠 포장하고 각각 판매처를 물색한다. 배는 570g, 사과는 300g 이상은 돼야 상급으로 분류된다. 상, 중급은 선물세트나 단품 판매용으로 잘 나가지만, 하 등급은 좀처럼 사가는 곳이 없다. 특히 명절을 앞둔 시기에 하급 과일은 시세의 반값에 내놔도 안 팔리기 일쑤다.

풀세트 매입은 농가의 이런 걱정을 덜어준다. 구매력 있는 대형 유통업체가 상품을 등급별로 나누지 않고 한 산지에서 수확된 대규모 물량을 저렴한 값에 모두 사들이는 것이다. 이를 자체 물류센터로 가져가 선물세트용, 일반 판매용 등으로 구분해 상품화하고, 못난이 과일은 별도 할인행사로 판로를 확보한다. 유통업체로선 최상급 과일을 시세보다 싸게 다량 확보할 수 있고, 농가는 선별 작업 비용을 줄이면서 못난이 물량까지 한번에 판매할 수 있으니 서로 이득이다.

이마트는 지난 5~7월 사이 배의 경우 나주와 천안 아산 안성 등지 100여개 농가와, 사과는 영주와 장수 안동 문경 등 40여개 농가와 풀세트 매입을 계약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풀세트 방식으로 사들이는 과일은 시세 대비 20~30% 정도 저렴하다”며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명절 과일 선물세트에도 이 가격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역시 추석을 앞두고 사과, 배의 풀세트 매입 비중을 예년에 비해 10%가량 늘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폭우 때문에 떨어진 과일을 가공 공장으로 헐값에 넘기려는 농가들과 협의해 수확 물량 전체를 매입한다”고 설명했다.

사과와 샤인머스켓이 함께 들어 있는 추석 선물세트. 지난해부터 인기가 급상승 중인 샤인머스켓이 올 들어 비싸지자 이마트는 풀세트 매입으로 가격을 낮췄다. 이마트 제공

사과와 샤인머스켓이 함께 들어 있는 추석 선물세트. 지난해부터 인기가 급상승 중인 샤인머스켓이 올 들어 비싸지자 이마트는 풀세트 매입으로 가격을 낮췄다. 이마트 제공


최근 명절 과일 선물세트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샤인머스켓 시장에도 풀세트 매입이 적용됐다. 샤인머스켓은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전년보다 출하량이 늘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약 12% 뛰었다. 이마트 측은 “샤인머스켓을 풀세트 매입해 한 알 무게가 15g 이상이면 선물세트로, 그 외 상품은 일반 판매하는 방식으로 시세보다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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