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로 교수 은퇴한 후 귀농한 지 만 3년이 됐다. 지난 3년간 여러 일이 있었다. 치매증상이 점점 악화하는 어머니를 주변의 만류에도 고집스럽게 과수원집에서 모셨다. 어머니 자신의 기억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결국 작년 5월에 주무시다 돌아가셨다. 아들을 몰라보시더라도 지금까지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귀농 후 농사 관련기관, 단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충주원예농협에서 비료 주는 것부터, 소독, 나무관리 등 모든 것을 때에 맞춰 정확히 지도해 준다. 막말로 그냥 지시만 따르면 별문제 없이 평균은 수확할 수 있다.
동사무소 담당직원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이런저런 정부지원사업이 있으니 신청하라고 수시로 연락한다. 농업기술센터 농기계 임대소는 빌려 온 농기계를 사과밭에서 가동하다 고장 났는데 비가 오는 와중에도 직접 출장 와서 수리해 주고 갔다. 세제혜택도 크다. 농산물거래는 면세이고 소득세 계산도 단순경비율로 추정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농민의 평균연령은 68세이다. 지금 딱 내 나이다. 현재 농민이 10~20년 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사일은 육체적 노동이 필수이다. 따라서 농촌이 고령화하면 할수록 농업생산성은 떨어지고 농업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현안으로 떠오른다. 농촌의 소멸은 곧 국가의 식량자급자족, 즉 식량안보문제를 제기한다. 앞으로 농촌에 새롭게 인구가 유입되지 않고 지금의 고령 농민이 그대로 늙어간다면 문제겠지만, 50대 중후반의 도시근로자들이 퇴직 후 농촌으로 유입되어 지금 정도의 농민 평균연령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지속가능하다. 그리고 농촌 소득문제는 도시근로자도 마찬가지이지만, 결국 자기 노동력 투입만큼은 농촌에서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농토의 생산성이 낮아 평균수입은 도시 근로자에 비해 좀 덜할지 몰라도 그만큼 농촌에선 덜 쓴다. 장년층 귀농인들은 대개 자식에 대한 교육비 지출 등을 이미 끝낸 후라 실제 생활비도 그렇게 크지 않다. 정년 연장이나 임금피크제 등과 같은 미봉책으로 도시근로자를 도시에 묶어 놓을 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아직 버틸 만한 50대 중반 연령층부터 적극적으로 귀농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I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은 더 젊은 청년층 귀농을 대상으로 하고 좀 더 전통적 농업분야는 사오정세대로 불리는 조기퇴직 귀농인에게 맡기면 된다.
농작물은 농민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농촌에서는 그냥 부지런만 하면 자기가 먹을 것은 나온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 이후 뉴노멀의 시대에는 감염에 취약한 과밀 도시환경보다는 한적한 농촌환경이 더 살기 좋은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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