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고 나서 정치를 하는 건 훌륭한 일이죠. 그런 길을 걷지 않은 사람들도 우리 정치에 분명히 필요합니다. 청년과 여성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는요. 정치하기에 완벽한 때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깜짝 발탁’된 박성민(24) 청년대변인은 자신의 목소리가 당 지도부에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모든 분들이 저에게 '가감 없는 의견 밝히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응원해주시는 대로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굽히지 않고 얘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특히 여성으로서 젠더 문제에 긴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로서 전날 박 청년대변인을 최고위원에 지명했다. 조만간 임명장을 받으면 '최고위원'이 된다. 그는 2018년부터 민주당 지역위원회(경기 용인정) 대학생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9월 당 청년대변인을 맡아 민주당의 '청년ㆍ여성 목소리' 키우기에 힘썼다.
박 청년대변인은 “청년ㆍ여성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뿐 아니라 국가 정책에 대해서도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발언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청년이기 때문에, 청년 문제에만, 혹은 여성 문제에만 발언해야 한다는 프레임에는 갇히지 않을 생각”이라는 게 그의 일성이다.
최고위원은 민주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의 멤버다. 최고위원의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무겁다. 박 청년대변인의 나이를 걱정하거나 비하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박 청년대변인은 당당했다. “그런 우려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어떤 방식으로 최고위원직을 수행해 내느냐, 행동의 결과로 평가 받을 일이다.” 고려대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이번 학기 학업과 병행하면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당에 직접 전할 거란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고위원 지명 소식은 언제 들었나.
“지난 주말에 이낙연 대표에게 직접 연락을 받았다. 확정적인 건 아니었고, 지명직 최고위원에 지명하려는데 열심히 해달라는 말씀을 주셨다.”
-당 청년대변인직을 맡은 지 1년 만이다. 당황하진 않았나.
“말 그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청년이고 여성인 내가 최고위원으로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하나 고민도 됐고 떨리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청년과 여성을 당내 의사결정구조에 포함시키겠다’는 메시지를 여러 번 냈다. 이 약속을 실천하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낙연 대표와 친분이 있었나.
“없었다. 전당대회 때도 나는 선거관리위원이었다. 중립 의무가 있어 어느 캠프에도 속하지 않았다. 후보자 합동연설 때 사회를 보면서 인사한 게 전부였다.”
-청년대변인과 최고위원은 당에서 차지하는 위상 자체가 다르다.
“청년대변인 때는 청년들의 의견을 발굴하는 역할을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난 다음,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 당의 입장이나 논평을 내는 역할이 많았다. 당 의사결정과정에는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 최고위원으로 지도부 일원이 되면 당에서 고민하는 주요 지점에 청년과 여성의 시각을 더 직접적으로 담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발언 시간이 보장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은가.
“두 가지다. 첫째는 청년대변인 때와 마찬가지로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도 국가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청년정치인이라는 말은 많지만, 마치 청년 문제에만 발언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규칙이 있다. 그럴수록 청년들의 발언 기회가 줄고,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판이 좁아진다. 청년 문제에만, 여성 문제에만 발언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을 생각이다.”
-당 최고위원회의를 지켜보면서 달라졌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나.
“이해찬 전 대표는 최고위원들 발언을 굉장히 많이 청취했다. 최고위원들도 회의 때 가감 없이 발언했다.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도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얘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모든 분들이 제가 가감 없이 의견 개진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 힘을 원동력으로 필요한 얘기를 전달하려고 한다.”
-소통과 설득을 위해 나름 구상한 방법들이 있나.
“정치하기에 완벽한 때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은 뒤 정치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청년과 여성의 생생한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우리 정치에 필요하다. 지금 저와 제 주변 청년과 여성들이 겪는 문제는 나중에 전문성을 갖추고 할 얘기가 아니라 지금 풀어야 하는 문제다. 국가 정책에 있어서도 대상자 대부분은 평범한 국민이다. 정책이 국민 입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듣고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아직 대학생 신분이다. 학업과 병행할 수 있나.
“수강신청도 하고, 강의 교재도 샀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강의가 활성화돼 있어, 당직 활동을 병행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있기 때문에 여의도에만 갇혀 있지 않고, 캠퍼스와 현장에서 청년들과 생활하고 교류하면서 청년ㆍ여성ㆍ정치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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