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댓글부대ㆍ정치공작' 사건 항소심 선고
징역 4년 확정된 '대선개입 댓글' 사건과는 별개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조직을 이용해 정치공작을 벌이고, 국정원 예산을 위법하게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구회근)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징역 7년ㆍ자격정지 7년)와 비교할 때, 자격정지 기간만 다소 줄어든 형량이다. 검찰이 구형했던 198억원 추징금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겐 1심 형량보다 6개월 줄어든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재철 전 MBC 사장은 1심과 동일한 징역 2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보기관의 정치관여 문제로 수많은 폐해가 발생했다”며 “이를 개선하고자 정보기관 명칭이나 업무 범위를 바꿔 온 과정을 보면 국정원의 정치 관여는 매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의 행위로 인한 국고 손실 규모가 크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 지난 2012년 국정원 댓글부대를 운영하며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사법처리됐던 원 전 원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또 다시 전면적인 재수사를 받았다. 민간인도 동원한 댓글 부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예산 60억여원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것을 시작으로, 1년간 총 9차례 공소 제기가 이뤄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준 혐의,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를 위해 국정원 예산을 쓴 혐의 등도 포함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 대한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 상당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국정원 직원들을 시켜 권양숙 여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사찰하게 했다는 혐의(직권남용)는 1심과 달리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최근 판례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이 의무 없는 일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혐의는 무죄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원 전 원장이 사적 용도로 메리어트호텔 스위트룸을 빌리면서, 대북공작금 28억원을 임차보증금으로 쓴 국고 손실 혐의가 대표적이다. 항소심은 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예산 2억원을 건넨 혐의에 대해선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는데,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의 공모 부분도 1심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3년 검찰이 기소했던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조작’ 사건과는 별개다. 원 전 원장은 해당 사건으로 2018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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