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日ㆍ印ㆍ호주 '안보 다이아몬드' 구상
10월 하와이서 회동... 동맹 힘으로 中 압박
中은 '진주목걸이 전략'... 日 경고수위 높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퇴임 후에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성가신 존재로 남을 전망이다. 그가 주창한 '안보 구상'이 남중국해 긴장 국면과 맞물려 중국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키를 쥔 인도마저 반중 진영으로 기울면서 한층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미국으로서는 우방국의 힘을 빌려 중국에 재차 일격을 가할 호재다. 수세에 몰린 중국은 압박 고리를 끊기 위해 일본을 향한 경고수위를 높이면서 인도에 맞설 우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美 “힘에 의한 평화”… 中 에워싸는 ‘안보 다이아몬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8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의 화상 대담에서 “10월 하와이에서 일본ㆍ호주ㆍ인도의 카운터파트와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9ㆍ10월 이들 3개국 외교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다. 이른바 ‘쿼드(Quadㆍ안보 다이아몬드 구상)’가 가동되는 것이다.
쿼드는 4개국 안보 협의체로, 아베 총리가 집권 2기를 앞둔 2012년 12월 발표한 ‘아시아의 민주주의 안보 다이아몬드’라는 글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가 급속히 베이징의 호수로 변하고 있다”며 “구 소련의 오호츠크해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4개국이 집단 안보를 통해 부상하는 중국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를 선으로 연결한 다이아몬드 형태의 블록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를 반영하듯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우리는 과거 레이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 전략을 통해 국제사회 룰을 따르지 않는 중국에 타격을 가해야 한다”며 “미국의 강력한 인도ㆍ태평양 전략은 동맹과 파트너십에 기반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미중 격돌 속 몸값 올려
쿼드 성공의 관건은 인도다. 동맹으로 묶인 미국ㆍ일본ㆍ호주와 달리 비동맹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도는 중국ㆍ러시아와 ‘브릭스(BRICS)’를 주도하며 결정적 순간마다 미국에 일침을 날려왔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인도를 붙잡기 위해 부쩍 공을 들이며 집권 8년여간 인도를 4차례 방문했다. 그 결과, 양국 교역은 2005년 7,400억엔(약 8조3,000억원)에서 2018년 1조8,210억엔(약 20조4,000억원)으로 1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대 인도 투자 역시 298억엔(약 3,348억원)에서 3,770억엔(약 4조2,300억원)으로 1,165% 급증했다.
그 사이 인도는 지난 6월 중국과 국경에서 유혈충돌을 빚었다. 인도 매체 ANI통신은 31일 “국경충돌 직후 인도가 이례적으로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해 중국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인도 국방부는 29일 “내달 15일부터 러시아가 주관하는 카프카스 2020 훈련에 올해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중국 신화통신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석했지만, 인도 매체들은 “중국도 참여하는 훈련이어서 최근 악화된 양국 관계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애타는 中, 쿼드에 맞서 인도 주변국 공략
중국은 인도양 해상교통로의 주요 항구를 연결한 ‘진주 목걸이 전략’으로 쿼드에 맞서고 있다. 파키스탄 과다르, 스리랑카 함반토타, 방글라데시 치타공,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등을 잇는 선이 목걸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인도를 포위하고 중국의 해상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쿼드의 거센 압박에 중국은 돌파구를 열고자 앙숙인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간 회담을 주선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분쟁 등으로 인도와 철천지원수이고, 방글라데시는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 외자유치에 이어 티스타강 개발사업 등에 74억달러(약8조7,000억원)를 추가로 요청하며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두 국가 모두 인도를 공략하기 위한 카드다. 미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 간 평화협정으로 무슬림 국가들이 미국이나 사우디로 줄을 서면서 갈 곳 없는 국가들이 중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아베 총리의 후임자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미국과 더 밀착했다가는 중일 관계가 심각하게 후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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