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매진한 고온ㆍ고압 기술로 세계 시장 진출
편집자주
지난 해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우리나라 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의 기술 자립 중요성이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일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소부장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경쟁력을 격주로 소개합니다.
"이차전지, 탄소섬유, 반도체 등 4차 산업 주요 분야의 핵심소재 생산에 사용되는 고온ㆍ고압 기술 장비 대부분이 그 동안 수입에 의존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를 국산화에 성공해 국내 대기업과 연구기관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고, 이젠 세계 시장에도 진출해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일신오토클레이브의 김현효(52) 대표는 30여년 간 고온ㆍ고압 기술개발에 매진해온 전문가다. 1993년 설립된 일신오토클레이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고압 압력용기 제작기술 관련 신기술인증(NET), 첨단기술기업, 미국기계학회(ASME), 특수장비면허(SEL) 인증 등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혁신 개발사업을 통해 초고압 펌프를 개발했고, 이 펌프는 지난해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초고압 용기제작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으로부터 첨단기술로 인정받아 올해 '첨단기술기업'으로도 지정됐다.
김 대표는 "일신오토클레이브는 압력용기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설립돼 고온ㆍ고압분야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며 "초임계 장치, 분산기, 프레스, 원자력발전설비 등 다양한 장비들을 설계 및 제조했고, 최근에는 초고압 정수압장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식품살균 장비와 전고체배터리용 장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신오토클레이브의 '초고압 분산기'와 '초고압 펌프'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전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장비다.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내부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해 폭발 위험성이 낮고, 일반 리튬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휴대폰이나 노트북, 전기차까지 두루 쓰인다. 두 장비는 방위산업 물자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일신오토클레이브는 삼성전기, 한국콜마, 넥스트바이오 등 다양한 기업에 초고압 분산기, 정수압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일신오토클레이브는 초고압 펌프관련 특허등록 2건, 특허출원 1건, 기술자료임치 1건 등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초고압 펌프의 경우 미국과 유럽이 세계 시장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6,500바(barㆍ압력 단위)에 달하는 높은 압력의 펌프는 국내에서 일신오토클레이브만 생산할 수 있다"며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상황에서도 일본의 감시 품목 중 4개 품목에 대한 기술을 이미 확보해 원활한 대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사의 성장뿐만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커가기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회사 수익의 공평한 분배와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우수사원'에 대한 포상제도를 확대 운영하고, 복지시설도 늘리고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2017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인증서'를 획득했고, 2018년에는 대전시 고용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52시간 근무제'도 조기 도입했다.
김 대표는 "여성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여성이 일하기 좋은 근로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써왔다"며 "가정의 행복이 직장 업무 성과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양한 복지 정책을 확대 운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신오토클레이브는 2025년 매출액 400억원, 수출 40억원, 고용 120명 등의 '3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김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들이 합심해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슈플럭스' 등 계열사 포함 연결매출 1,0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도약도 노리고 있다. 기술 전문 기업인 만큼 신제품 개발과 기존 제품 성능 향상을 위해 매출액의 7% 이상을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는 기업부설연구소 건물을 신축해 독자적인 연구 환경을 구축해고, 내년에는 초고압 정수압장치 사업을 위한 신규 사옥 건립과 대규모 신규 인원을 확충할 계획"이라며 "30여 년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