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지령 하달보다 대남 심리전 목적 활용?
"북한 가짜 계정에 올라온 가짜 파일" 주장도
북한이 남파공작원 지령용으로 추정되는 '난수방송'을 유튜브에 공개했다가 삭제하면서 의도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대외 라디오 방송인 평양방송은 29일 오전 유튜브 계정에 '0100011001-001'이라는 제목의 1분 5초짜리 음성 파일을 올렸다. 해당 파일에서 아나운서는 "여기는 평양"이라며 "친구들, 719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정보기술 기초 복습 과제를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564페이지 23번, 479페이지 19번, 694페이지 20번" 등의 숫자 조합을 낭독해 전형적인 난수방송의 형태를 보였다. 평양방송은 같은 날 오후 7시쯤 해당 파일을 삭제했다.
난수방송은 숫자, 문자, 기호 등을 조합해 만든 암호로 공작원들에게 지령을 내리는 라디오 단파 방송을 말한다. 첩보전이 치열했던 냉전 시대의 산물이다. 남북한 모두 과거 난수방송을 활용해 공작 활동을 했지만,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상호 비방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중단했다.
북측은 2016년 7월 이후 평양방송을 통해 난수방송을 재개했다. 이후 매년 수십 회 가량의 난수방송이 송출되는데, 유튜브에도 종종 해당 파일을 올렸다가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측의 난수방송 공개는 남측 정보당국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교란 작전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ㆍ메시지 암호화 기술)'를 활용해 암호화된 메시지를 각종 파일에 숨겨 이메일로 주고 받을 수 있어 굳이 고전적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 때도 북측이 스테가노그래피 기법으로 지령문을 하달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 해프닝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 정보기술(IT) 관련 전문 매체 '노스코리아테크'를 운영하는 마틴 윌리엄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평양방송 유튜브 계정은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 '가짜 계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파일이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계정에 게재돼 있던 것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 북측이 직접 제작하지 않은 파일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난수방송의 장점이 온라인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인데,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