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위 "검경 조직적 봐주기 수사" 결론
정부, 보고서 공개 여부 놓고 선택 고심
反정부 시위대 내달 대규모 시위 예고
태국판 ‘유전무죄’ 논란을 일으킨 재벌 3세의 뺑소니 사건이 예상대로 권력기관이 합작한 ‘봐주기 수사’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반(反)정부 시위가 확산된 터라 태국 정부가 정권 심판론의 불쏘시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검경 개혁을 서두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정부 시위대도 정부의 대응 수위를 봐가며 내달 초 2차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어 태국사회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0일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세계적 스포츠음료 업체 ‘레드불’ 3세가 저지른 뺑소니 사망 사건의 재조사 전권을 가진 총리 직속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이 조직적 방법으로 부적절한 처리를 했다는 심각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정황이 워낙 명확해 쁘라윳 짠오차 총리 역시 검경 개혁의 필요성을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상조사위가 확인한 증거는 레드불 3세 오라윳 유위티야(35)의 불기소 근거가 된 차량 운행속도 및 마약 복용 등에 관한 증거 조작으로 추정된다. 앞서 검경은 자체 조사를 통해 “오라윳이 방콕 도심에서 음주 뺑소니 사건을 일으킨 2012년 9월 당시 수사 과정에서 차량 속도를 시속 177㎞에서 79㎞로 낮춰 기재하는 데 외압과 봐주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파악했다. 경찰 최초 수사팀도 오라윳 체내에서 코카인 성분이 검출됐지만 세부 정보를 수사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추가 정황이 공개되면서 법원은 25일 오라윳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오라윳은 현재 해외에 잠적해 있다.
공은 쁘라윳 총리에게로 넘어갔다. 진상조사위는 “밝혀낸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총리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달부터 반정부 시위에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정부 안에선 “검경 비리가 낱낱이 까발려져 국민 분노가 더 커지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부정적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쁘라윳 총리도 시위대에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등 겉으론 유화책을 쓰면서도 국가안보위원회 등에선 "시위가 격화하면 적극적으로 안보 관련 법령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위대는△개헌을 통한 민주 선거 보장 △의회 해산 및 쁘라윳 총리 퇴진 △반정부 인사 탄압 금지 등의 조건에 대한 답을 내달 초까지 제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반응이 없을 경우 16일에 이어 2차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예고했다. 태국 외교가 관계자는 “쁘라윳 정권이 개헌과 의회 해산 등 권력의 존립을 뒤흔드는 선택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강력한 검경 개혁 의지를 피력하는 등 민심 달래기용 카드를 내놓을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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