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관심' '논쟁' '비전'이 없는 '3무(無) 전당대회'로 불렸다. '이변'도 없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이낙연 대표가 60%대의 안정적 지지를 얻어 선출됐다.
'모든 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하기엔, 민주당이 다소 안이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거대 집권여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야당 때리기 경쟁' 혹은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으로 흐른 것은 이낙연 체제에 어려운 숙제를 남겼다.
'흥행 저조 → '노잼' 경쟁 → 관심 하락' 악순환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니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고 논쟁이 없다. 논쟁이 없으니 비전 경쟁을 할 이유가 없다. 비전 경쟁이 없으니 관심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다. 이름만 가려놓으면 누구 주장인지 구분할 수도 없는 초록동색인 주장들만 넘쳐난다.” 민주당 소신파인 조응천 의원은 이달 17일 페이스북 글로 당에 일침을 가했다. '3무(無) 전당대회'라는 말을 공론화시킨 게 조 의원이다.
조 의원의 말처럼, 민주당 전당대회는 유래 없는 저조한 흥행 성적을 남겼다.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등 경쟁이 미지근했던 것도 한 이유다.
보다 결정적 이유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도전한 후보 11명(대표 3명ㆍ최고위원 8명)이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를 잡으려고 전부 엇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경쟁에 밋밋해진 것이다. 소장파로 꼽히는 최고위원 후보들마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약속하며 ‘당의 총알받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레이스 초기에 당을 향해 쓴소리를 하던 소신파 후보들도 강성 지지층의 위력 앞에 태도를 바꿨고, 전당대회는 결국 '집안 잔치'로 끝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원들이 결정권을 쥔 전당대회 룰 때문에 소신파 의원들도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메시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낙연 체제의 숙제 ‘당심과 민심 괴리를 줄여라’
민주당 경선 주자들은 미래통합당은 물론 윤석열 검찰총장, 전광훈 목사 등을 싸워야 할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선명성 경쟁을 펼쳤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화살을 외부로 돌리는 것은 민주당의 그간 스탠스이기도 하다. 자성의 목소리가 전당대회 하루 만에 흘러 나왔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30일 수석대변인에서 물러나면서 '반성문'을 썼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당의 입장이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가치와 이익을 대변하는 길인지 확신하지 못해 우물쭈물했던 날도 적잖았다. 우리 주장이 곧 유권자의 전체의 뜻이라고 예단하고, 싸운 날도 많았다."
강 의원의 반성문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이낙연 체제'의 성공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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