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역할 분담해 코로나19 위기극복으로 차기 도모할 듯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이낙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새 사령탑으로 선출되면서 당청 관계도 일부 조정될 전망이다. 차기 대선 등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주도권이 청와대에서 민주당으로 이동하는 것이 수순이다. 다만 이 대표가 여당 대선 후보로 안착하기 위해선 친문재인계의 지원이 필수인 만큼,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다. 당청이 당분간 밀월 관계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대표 경선 과정에서 ‘당청은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엔 두터운 신뢰가 있다. 이 대표가 총리로 있던 2년 7개월 동안 계속된 문 대통령과의 오찬 주례회동이 두 사람 사이를 묶어주는 '신뢰의 끈'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20일 “이 대표는 문 대통령이 관저로 초대해 편하게 소주 한잔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사이”라며 “서로에 대한 이해가 아주 깊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민주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직후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든 이 대표 전화를 최우선으로 받겠다”고 축하 인사를 건냈고, 이 대표는 “드릴 말씀은 드리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이어진 방송 인터뷰에서 “당청 관계에서 훨씬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 또한 긴밀한 당청 관계를 이어가야 할 배경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문제, 이를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여부 등 당이 주도해야 할 현안들이 쌓여 있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에 민주당 지지율은 물론이고 이 총리 지지율이 연동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청이 불협화음을 내 자충수를 두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차기 대선에 시선이 향해 있는 이 대표는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서서히 목소리를 키워나갈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권 도전을 선언하며 “때로는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를 선도하겠다”며 ‘건설적 협력관계 구축’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필요 이상으로 대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의 권력'과 각을 세웠던 이회창ㆍ고건 전 총리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3월 당대표에서 사퇴해야 하는 만큼 이 대표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민주당의 절대 다수이자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친문재인계와 등을 지고서는 차기 대선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다는 현실적 계산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문 대통령과 정치적 역할을 분담해가며 자신의 몫을 키워갈 전망이다. 특히 이 대표가 총리 재임시절 ‘강원도 산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동호흡기중후군(MERSㆍ메르스)’ 등 재난ㆍ재해 상황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정치적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만큼, 안정적 리더십을 앞세워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위기 극복에서 성과를 내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여권의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국난 극복 없이는 정권재창출도 불가능 하다”며 “당정청 원팀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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