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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선동 극우집회 또다시 허가한 日 도쿄도

입력
2020.08.30 12: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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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학살 부정 극우단체 발언 '헤이트' 인정
都, 조선인 추도식 옆 방해집회 올해도 허가
고이케, 4년 연속 추도식에 추도문 안 보내

2017년 9월 1일 일본 도쿄도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행사장 부근에서 행사를 방해하는 우익세력들을 경찰관들이 저지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17년 9월 1일 일본 도쿄도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행사장 부근에서 행사를 방해하는 우익세력들을 경찰관들이 저지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도쿄도가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둘러싼 모순된 결정을 내려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추도식 개최를 방해한 극우단체의 발언을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ㆍ혐호 발언)’라고 인정했음에도 올해 또다시 이들의 집회를 허가하면서다. 헤이트 스피치 방지를 위해 마련된 도쿄도 인권조례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극우단체 ‘일본여성의 모임, 산들바람’은 지난해 9월 1일 추도식 방해 집회에서 “범인은 후테이센진(不逞鮮人ㆍ식민지 통치를 반대하는 불온한 조선인)” “후테이센진들에 의해 가족이 살해되고 집이 불태워진 많은 일본인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도쿄도는 지난 3일 인권조례에 의거해 이런 발언들이 부당한 차별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공표했다. 일본 외 출신자들을 경멸하고 지역사회로부터의 배제를 선동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누가 해당 발언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도쿄도 조례는 헤이트 스피치를 할 가능성이 크거나 이로 인해 분쟁 등이 발생해 안전관리에 차질이 예상될 경우 집회를 위한 공공시설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채 헤이트 스피치가 반복될 가능성이 큰 이들의 집회를 허가한 것이다. 도쿄도는 극우단체로부터 차별적 언동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구두로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도쿄도 조례가 처벌 규정이 없는 중앙정부의 차별해소법에 근거했기 때문에 제재보다는 계도의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차별 문제에 정통한 모로오카 야스코(師岡康子) 변호사는 “헤이트 스피치를 반복하면 향후 공원 이용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여 문서로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는 지난달부터 혐한 시위를 포함한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조례를 시행하는 등 차별 해소를 위한 규정 마련에 적극적인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1974년부터 매년 9월 1일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극우단체들은 2017년부터 추도식 장소에서 2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추도식을 방해할 목적으로 ‘진실의 위령제’라는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엔 이들이 확성기로 “(조선인을 학살했다는) 일본인의 누명을 벗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양측 간 충돌이 발생했다. 극우단체의 방해 집회가 시작된 2017년은 공교롭게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역대 도지사들이 추도식에 보냈던 추도문을 거부하기 시작한 해이다.

한편 고이케 지사는 올해에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이전부터 “모든 희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기 있기 때문에 조선인 희생자에 대해 개별적으로 보내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자연재해로 인한 희생자와 유언비어로 인해 다른 사람의 손에 죽은 희생자는 전혀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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