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신경외과 협진 요청 안해 생긴 의료과실" 주장?
병원 "환자 증상 발견 어려운 상태...유족과 협의"
두통으로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퇴원 후 뇌출혈로 숨진 50대 환자의 아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가정의 가장 목숨을 앗아가고 반성 안하는 병원을 강력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의 일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극심한 두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50대 남성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퇴원한 다음날 쓰러진 뒤 숨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글을 올리며 '의료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1시쯤 대구 달성군에 사는 A(59)씨는 심한 두통으로 아내와 함께 자동차로 15분 거리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두 차례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를 받았고 자기공명영상(MRI)과 혈관(MRA)촬영 검사도 각각 한 차례씩 받았다.
응급실 의료진은 그에게 “혈압이 높은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당시 A씨의 혈압은 210㎜Hg로, 정상 수치(120~130㎜Hg) 보다 높았다. 그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혈압강하제와 진통제가 섞인 링거를 맞았고 오전 10시쯤 귀가했다.
A씨의 통증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어지럼증까지 호소한 그에게 다음날인 3일 오전 7시30분쯤 심정지가 왔다. 간호사인 아내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며 119신고해 구급차를 타고 전날 치료받은 대학병원 응급실로 다시 이송됐다.
이후 A씨는 보름간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지난 18일 장기기증과 함께 숨을 거뒀다. 사인은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이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일부가 혈액순환이 되지 않을 경우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현상으로, 약해진 혈관 벽이 터지면 뇌출혈로 이어진다.
유족들은 “중환자실에서 만난 신경외과 의사가 ‘응급실 의료진이 협진을 요구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아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며 “환자가 숨진 것은 첫 응급실에서 진찰한 의료진이 뇌출혈 전조 증상을 예측하지 못해 벌어진 의료사고”라고 주장했다.
A씨의 아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가정의 가장 목숨을 앗아가고 반성 안하는 병원을 강력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과 함께 병원의 과실로 아버지가 숨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학병원측은 “응급실에 촬영 검사 후 이상이 있으면 증상에 따라 해당 진료과에 의뢰하는데 당시 환자 증상은 노련한 신경외과 전문의가 아니면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유가족과 절차에 따라 협의를 진행해 원만하게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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