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짐 로저스 "동학개미, 족집게 조언 듣다가 망한다" 경고

알림

단독 짐 로저스 "동학개미, 족집게 조언 듣다가 망한다" 경고

입력
2020.09.02 13:00
수정
2020.09.02 20:31
1면
0 0

'투자 귀재' 짐 로저스 회장 단독 화상 인터뷰
"봉쇄가 코로나19 막아도 큰 경제적 대가 치를 것"?
"최근 대한항공·러시아 선박·中 와인 등에 투자" 밝혀

지난달 26일 한국일보와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스카이프 캡처

지난달 26일 한국일보와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스카이프 캡처


"동학개미? 로빈후더? 핫팁(족집게 조언) 따라가면 망한다. 자기들이 뭘하는지도 모른 채 투자하는 행위들은 늘 안 좋게 끝이 난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짐 로저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또 다시 확산하면서 각국 정부가 시장에 돈을 밀어넣고 있다. 주식에 관심을 두는 개인들이 급증하는 등 유례없는 경제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일보는 지난달 26일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과 단독 화상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끼칠 영향과 전망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로저스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여파 속 한국의 '동학개미 운동'과 미국의 '로빈후드 운동' 등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개인 투자열풍'에 대해 강하게 우려했다.

동학개미운동은 코로나19가 증시에 큰 충격을 준 2월 이후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대거 팔기에 나서며 주가 지수가 고꾸라지자, 개미라 불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 매도 물량을 적극 사들여 시장을 방어한 현상을 가리킨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코로나19 재확산 충격과 공매도 금지조치 연장 등으로 인해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1조6,3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한국거래소가 관련 수치를 집계한 1999년 이후 사상 최대 순매도액이다. 하지만 국내 '동학개미'들이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받아내며 코스피 하락을 1%대로 방어했다. 이날 하루 개인의 순매수 규모(1조5,700억원)는 5월 4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다.

로빈후드는 2013년 미국에서 등장한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용자들의 평균 나이는 31세에 불과하지만 현재 미국 증시의 활황을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 모두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미국은 한국과 달리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개인들에 지급한 보조금이 주식 투자의 '종잣돈'으로 쓰였다는 차이가 있다.

로저스 회장은 미국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철학과 정치경제학을 공부했다. 1969년 '헤지펀드 제왕' 조지 소로스와 공동으로 '퀀텀펀드'를 설립했다. 이곳은 10년 넘게 4,20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헤지펀드의 대명사가 됐다.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 전문가로 불린다.


"나라면 싱가포르를 봉쇄하지 않았을 것"

짐 로저스 회장이 2019년 4월 22일 오전 부산대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전호환 부산대 총장으로부터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짐 로저스 회장이 2019년 4월 22일 오전 부산대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전호환 부산대 총장으로부터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행광으로 알려져 있지만 코로나19 탓에 싱가포르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로저스 회장. 로저스 회장은 인터뷰 내내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을 '에피데믹(epidemicㆍ국지적 유행)'으로 불렀다. 로저스 회장은 코로나19를 대비해 각국 정부가 펼치고 있는 봉쇄 정책이 가져 올 부작용을 설명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2차 유행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까.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런 대유행을 경험해봤다. 가장 가깝게로는 2009년의 신종 인플루엔자(H1N1)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코로나19)처럼 공항과 항구를 그리고 맥도날드를 폐쇄한 적은 없었다. 이것은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본다. 이곳 싱가포르도 현재 경제 활동이 완전히 멈추면서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고 대신 최악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나.

"당신 일생이나 내 일생을 통틀어 최악일 것이다. 2008년에도 어마어마한 빚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나빠질 것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우선 봉쇄의 여파가 너무 크다. 나라면 봉쇄를 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단 한번도 전염병 때문에 국경을 봉쇄하고 경제 활동을 멈춘 일이 없었다. 사람들은 전염병의 존재를 알고 있다. 이미 조심스러워한다. 굳이 봉쇄할 필요가 있을까. 모든 것을 막아버리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 사람들은 돈을 잃고 파산한다. 자살도 급증한다. 물론 질병으로 사람의 목숨이 사라지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파산은 당신의 친구와 가족까지 고통스럽게 만든다. 모든 걸 잃게 만든다. 앞으로 3, 4년만 지나면 무엇이 최선이었는지 (전 세계가) 알게 될 것이다."

-봉쇄로 인해 오히려 성장하는 산업도 있지 않나.

"당연하다. 온라인 원격 수업, 스카이프 등은 유행 중이다. 사람들은 이것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배달업 등은 잘 나가고 있다. 원격 진료도 마찬가지다. 이런 분야들은 오히려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누구는 위기로 갈 것이고, 누구는 더 좋아질 것이다. '재앙과 기회는 같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K-방역에 대해 들어봤나.

"진단(test), 추적(track), 격리(isolate)? 들어봤다. (봉쇄가 아닌) 한국의 방역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들었다."


"엄청나게 풀린 돈이 최악의 상황 가져올 것"

2018년 6월 21일 싱가포르 자택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짐 로저스 회장이 북미 정상회담 성과와 향후 전망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6월 21일 싱가포르 자택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짐 로저스 회장이 북미 정상회담 성과와 향후 전망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로저스 회장은 미국의 재정 확대와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 의회는 3월부터 현재까지 총 4차례에 걸쳐서 2조8,000억달러(약 3,370조원)의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현재는 새로운 5차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로저스 회장은 이 때문에 "당장은 경제가 좋을 것"이라면서도 이후 엄청난 재정 지출로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전히 당분간은 경제가 좋을 것으로 예상하나.

"당장은 많은 나라들이 돈을 찍어대고 뿌려대고 또 소비하고 있다. 시장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당장 미국에선 (11월에) 대선이 있고 정치인들은 당선되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좋은 것을 다 할 것이다. 하지만 내년, 내후년만 돼도 사람들은 '잠시만, 이 모든 빚을 봐. 우리는 뭘 해온 거지?'라고 할 것이다. 언제든 활황은 끝날 수 있다. 분명히 이후 경제는 나빠질 것이다. 누군가는 '경제는 악화할 것이다', '부채가 너무 많다'라는 말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내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할 수 있는 건 없다. 지금 이미 많은 정부가 엄청난 돈을 찍어대고 풀고 빌리고 또 쓰고 있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이미 걱정을 시작하는 순간, 최악의 때는 와 있을 것이다. 모든 나라들이 돈을 빌리고 쓰는 것을 멈춘다해도 늦을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미국 정부는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채무를 졌다. 수조달러는 추가로 더 빚졌다. 중앙정부가 막대한 양의 국채를 사들였기 때문에 정부가 채무를 갚지 않으면 채권자들은 파괴될 것이고, 보험회사들은 망할 것이다. 분명히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7월 기준 선진국 부채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128%로 증가했다.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124%) 이후 최대 수준이다. 나라빚의 주요 채권자는 장기 금리를 낮추고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양의 국채를 사들인 각국의 중앙은행이다.)

-경제 봉쇄도 문제라 보나.

"그렇다. 싱가포르는 현재 모든 게 봉쇄되면서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돈을 잃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코로나19 질병 자체는 잘 막아내고 있지만 앞으로 경제 측면까지 감안하면 잘 이겨냈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현재 급증하고 있는 유동성은 어디로 갈까.

"채권. 역사적으로 채권 (수익률)이 이렇게 높아본 적이 없다. 금의 경우, 나도 몇년 동안 사지 않다가 지난해 여름부터 샀다. 값이 좀 더 떨어지면 금과 은을 더 살 계획이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금값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거품현상'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의 실질금리와 달러가치가 떨어질 때 금값은 상대적으로 올라가는데 현재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달러 가치가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고 미국 국채의 실질금리도 마이너스 선에 있기 때문에 금값이 올라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은 코로나19 이후 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자산 중 하나다. 실제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지난달18일(현지시간) 기준 온스당 2013.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3월18일 1477.9달러 대비 36%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동학개미운동ㆍ로빈후드 운동 유행은 이지머니 급증해서"

-한국에는 '동학개미운동'이, 미국에는 '로빈후드 운동'이 유행이다.

"미국엔 지금 자기들이 뭘 하는지 전혀 모르는 투자자들이 있다. 그런 새로운 투자자들은 경험도 없는데 매일 오르는 주식들을 보면서 아직까지는 행복해하고 있을 것이다. 옆에 친구들이 투자해서 좋다고 하니 덩달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나쁜 시간'을 겪어본 적이 없다. 나는 오래 살았다. 자기들이 뭘하는 지도 모른 채 투자하는 행위들을 많이 봐왔다. 그런 일들은 늘 안 좋게 끝났다. 이번 것도 안 좋게 끝날 것이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왜 이런 움직임이 유행을 할까.

"지금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으로 인한 '이지머니(easy money)'가 많아져서 그렇다. 다 어디론가는 가야하는 돈이다. 사람들은 이자율이 높지 않으니 은행에 저축을 하는 걸 꺼려한다. 반면 주가는 엄청나게 오르니 다들 달려드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해줄 말은 없나.

"모두들 당장 이번달, 이번주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일단 '족집게 조언'을 듣는다면 돈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 패션, 스포츠 등 누구든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가 있다. 남들의 얘기를 듣지말고 스스로 공부를 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

-최근 어디에 투자를 했나.

"대한항공이 하락할 때 투자했다. 나는 여러 나라의 항공사들에 투자를 했다. 어제(8월 25일)는 러시아 선박 회사, 중국 와인 회사 주식을 샀다. 운송업 관련 주식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특히 러시아 선박 주식은 싸다. 중국 와인의 경우 식당들은 문을 닫고 사람들은 술집에 가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원래 내가 아시아 농업에 투자를 해 왔다. 금과 은도 샀다. 이처럼 현재 떨어진(knock down) 것을 사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사가 여객기 운행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가 되면서 대한항공은 올해 초부터 매달 수 천억원 자금 부족을 겪다, 기내식 사업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2분기 영업 흑자를 냈다.)

-많은 이들이 백신을 주목한다. 백신주에 투자를 하는가.

"내 원칙은 '모르는 것에는 투자를 안 한다'는 것이다. 나는 백신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그래서 투자를 안 하고 있다. 나는 내가 아는 분야에만 투자하고 싶다. 유명한 회사들과 대학들이 연구를 하고 있지만 나는 백신을 잘 모른다. 물론 (백신에 대해) 관심은 있다."


"일본과 미군만 38선 열리는 것 원치 않고 있어"

2018년 7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의 로저스 회장 모습. 연합뉴스

2018년 7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의 로저스 회장 모습. 연합뉴스


로저스 회장은 10여년 전부터 '북한 대박론'을 주장해왔다. 현재 코로나19 등 여러 요소로 해빙됐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 얼어붙고 있는 상황임에도 그는 여전히 '한반도 대세론'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로저스 회장은 휴전선(군사분계선)을 6ㆍ25 전쟁 전의 경계선이었던 '38선'으로 불렀다. 또 한반도를 영어가 아닌 한글로 또박또박 '한. 반. 도'라는 세 음절을 말하기도 했다.

-북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믿고 있는가.

"38선(군사분계선)만 열리면 한반도는 가장 흥미로운 장소가 될 것이다. 값싸고 훈련된 노동력, 천연 자원, 중국과 인접성, 제조력. 이 모든 것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은 여기에 경쟁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통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과 미군만 38선이 열리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딸들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던데.

"내 어린 두 딸은 현지학교를 다니며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들의 일생 동안 중국어는 가장 중요한 언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38선이 열리면, 한반도는 가장 흥미로운 곳이 될 것이다. 한국어를 지금 배우면 매우 중요한 언어를 알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반도에는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게 당장 한국어를 배우기를 권한다."

(로저스 회장의 두 딸은 걸그룹 '블랙핑크'의 엄청난 팬으로 알려져 있다.)



손성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