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해 진입 美구축함 퇴거
"침몰시킬 수도"... 이례적 강한 경고
중국이 미군 정찰기 격추를 경고한 데 이어 구축함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또 으름장을 놓았다. 미중 양국은 남중국해에서 연일 무력시위로 상대를 자극하며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28일 새벽 성명을 내고 "시사군도(파라셀군도) 영해에 전날 무단진입한 미군 머스틴 미사일구축함을 쫓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항행의 자유'라는 미명으로 패권을 휘두르면서 중국의 주권과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까지는 통상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남부전구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은 해ㆍ공군 군사행동을 엄격히 통제하고 단속해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불상사'라는 단어를 거론한 건 25일 미 U-2 고고도정찰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과 26일 RC-135S 정찰기의 남중국해 상공 비행에 대해 '격추'를 공언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 군함이 인민해방군 훈련구역 근처에서 항해하다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대함미사일 유도체계는 예상치 못한 침입 선박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도록 고안돼 있어 의도치 않게 함정을 침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로켓군이 26일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26, 둥펑-21 미사일 4발을 이례적으로 남중국해에 발사한 사실을 환기시킨 것이다.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복수의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하는 완벽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가세했다.
중국은 군사능력 과시와 함께 대미 여론전도 벌였다. 베이징에 있는 인민혁명군사박물관은 전날 위챗 계정에 "미군 조종사여, U-2기 잔해를 구경하러 오라"는 제목으로 항전의식을 고취했다. 중국은 1962년부터 5년간 미군 U-2기 5대를 격추했고 일부 잔해를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당시 중국인들은 성대한 축하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박물관 측은 "2만m 상공을 날뛰던 정찰기가 불굴의 의지에 막혀 우리 발 아래 널브러져 있다"면서 "미국은 1972년 베이징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에서의 모든 정찰비행 중단을 약속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중국이 섣불리 선을 넘었다가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중국 국방부는 "미국의 장단에 맞춰 춤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무모한 행동에는 굴복하지 않겠지만 양국 군이 소통을 유지해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하이둥(李海東) 외교학원 교수는 "미국 내 매파들이 중국이 첫 발을 발사해 사고를 내도록 미끼를 던지고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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