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서 하피스트 추민경씨, 그랑자니의 '아리아' 솔로 연주
"코로나19로 모든 클래식 연주자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하프는 특히 타격이 컸습니다. 그래서 오늘 앙코르 무대는 연주 기회를 잃어버린 하피스트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27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함신익과 심포니송 오케스트라의 예정된 공연 프로그램이 끝나자, 앙코르 무대에 앞서 지휘자 함신익 예술감독이 이렇게 운을 뗐다. 그러자 단원 중 한 명인 하피스트 추민경(28)씨가 드레스 차림으로 하프와 함께 무대 중앙에 입장했다.
곧이어 추씨는 작곡가 마르셀 그랑자니의 '아리아 인 클래식 스타일'을 연주했다. 청아한 하프 소리가 콘서트홀 전체를 공명하는 가운데 현악기 주자들이 추씨의 노래를 은은히 반주했다. 클래식을 좀 안다 싶은 사람도 처음 들어봤을 법한 생소한 곡이었지만, 아련하고 신비로운 선율에 매료된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연주를 지켜봤다. 앙코르가 끝난 뒤엔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박수가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사실 추씨는 이날 공연 첫번째 곡이었던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에서 오케스트라 단원 중 한 명으로 검은색 옷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다음 순서였던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시작하기 전 추씨와 하프는 무대 밖으로 퇴장했다. 때문에 공연 말미에서 그를 다시 볼 것이라고 예상한 관객은 아무도 없었다. 이날 2부 공연은 베토벤 교향곡 2번이었던 터라 관행대로라면 오케스트라 차원의 짧은 곡이 앙코르로 선물되는 편이 자연스러웠다.
추씨의 깜짝 공연은 함 감독과 단원들의 배려로 마련됐다. 게다가 이날 앙코르는 추씨가 심포니송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첫 솔로 무대 데뷔라는 의미도 있었다. 함 감독은 "하프는 주로 대규모 편성이 필요한 작품에 들어가는 악기인데, 코로나19로 무대 위 방역을 위해 연주자 수를 줄이다 보니 올해는 하피스트가 무대에 설 기회가 특히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평소 성수기 같으면 일주일에 4번이나 있었던 공연이, 올해는 연간 통틀어 4번밖에 없었다. 추씨는 "하프가 쓰이는 곡 자체가 많지 않고, 협주 때도 다른 악기들 소리에 묻히는 편이라 화려한 외관과 달리 하프 소리에 주목하기 쉽지 않다"면서 "대학생 때부터 꼭 한 번 연주하고 싶었던 곡을 그것도 솔로 무대에 올릴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추씨는 "다소 까다로운 하프 협주를 위해 기꺼이 별도 연습을 해준 단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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