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로 2020시즌을 시작한 김광현(32)이 선발 전환 후 호투를 이어가며 확실한 선발 체질임을 증명했다.
김광현은 2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비자책) 역투를 펼쳤다.
1-1로 맞선 7회초에 공을 구원 투수에게 넘겨 시즌 2승 달성에 실패했지만 평균자책점을 종전 1.69에서 1.08로 낮췄다. 총 투구 수는 80개, 스트라이크는 52개를 꽂았다.
지난달 25일 개막전 등판 이후 한달 만에 다시 피츠버그를 만난 김광현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당시 5-2로 앞선 9회말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1이닝 2실점(1자책)으로 진땀을 빼며 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팀 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여파로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김광현은 보직이 선발로 바뀌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 SK에서 줄곧 1선발로 활약했던 그는 익숙한 자리로 돌아오자 빅리그 루키 꼬리표를 제대로 뗐다. 기존 직구, 슬라이더 주무기 외에 커브, 체인지업으로 완급 조절을 하고 지체 없이 공을 던지는 빠른 인터벌로 상대 타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18일 시카고 컵스와 첫 선발 등판 때 3.2이닝 1실점으로 무난한 출발을 한 뒤 두 번째 등판인 23일 신시내티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 첫 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날 피츠버그전에서도 6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제 몫을 다했다.
김광현의 선발 3경기 성적표는 1승, 평균자책점 0.57(15.2이닝 2실점 1자책)이다. 구원 성적표는 1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9.00(1이닝 2실점 1자책)이다. ‘선발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에이스 애덤 웨인라이트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스프링캠프가 중단된 기간 동안 김광현의 훈련 파트너를 자처했던 웨인라이트는 4차례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2.88(25이닝 8실점)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김광현과 웨인라이트 모두 팀 내 최다인 2차례씩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김광현이 0.90으로 0.96의 웨인라이트보다 조금 앞선다.
김광현은 경기를 대하는 마인드 또한 이미 에이스다. 이날 유일한 실점이 내야 수비 실책에서 비롯됐지만 동료의 실수를 감싸며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경기 후 현지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야수 실책이 나오면 그 이닝은 점수를 안 줘야 한다는 생각인데, (4회) 실책이 나왔을 때 득점으로 연결되는 바람에 투구 수가 많아지고 후반으로 갈수록 우리가 쫓겼다”고 자책했다.
두 번째 실책이 나온 6회엔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1-1로 맞선 6회 선두 타자를 2루수 실책으로 내보낸 이후 후속 타자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ㆍ2루 위기에 몰렸으나 상대 4번 타자 조쉬 벨을 2루수 앞 병살타로 잡은 데 이어 후속 레이놀드를 우익수 뜬 공으로 잡고 최대 위기를 넘겼다.
내야 수비가 아쉬웠던 반면 외야 수비는 김광현에게 큰 도움을 줬다. 좌익수 타일러 오닐, 우익수 덱스터 파울러는 호수비 퍼레이드로 장타를 막았다. 김광현은 “큰 도움을 받았다”며 “(오닐과 파울러가) 타석에서 홈런 치는 것 못지 않은 도움을 줬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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