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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 수술 도중 태어난 신생아 숨지게 한 의사... 항소심서 "낙태죄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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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 수술 도중 태어난 신생아 숨지게 한 의사... 항소심서 "낙태죄는 무죄"

입력
2020.08.27 17:58
수정
2020.08.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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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형벌로서 효력 사라져"
형량은 1심 징역 3년 6월과 같아... "중형 불가피"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임신중절 수술 도중 태어난 태아를 숨지게 한 산부인과 의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1심과는 달리, 낙태죄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윤강열)는 27일 살인 및 업무상촉탁낙태죄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윤모(65)씨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윤씨는 지난해 3월 임신 34주째인 미성년 임신부의 모친한테서 2,800만원을 받고 제왕절개 방식 낙태 수술을 하던 중,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난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업무상촉탁낙태죄의 유무죄 여부였다. 윤씨 측은 1심에서부터 줄곧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의사 낙태죄(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면서 무죄를 주장해 왔다. 헌법불합치는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곧바로 폐지하면 법적 공백이 발생할 때 법률 개정 이전까지만 효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낙태죄의 시한을 올해 12월 31일로 정했으며, 아직 관련 조항이 개정되진 않았다.

1심은 “헌재가 정한 입법시한이 경과하지 않아 법의 효력이 남아 있다”며 낙태죄도 유죄로 판단했다. 또한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따르면, 22주 이상의 태아를 낙태하는 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임신 22주)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해선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다르게 정할 수 있다고 본 헌재의 판단을 역으로 해석한 것이다.

반면 항소심은 “헌법불합치는 위헌 결정에 다름 없다”면서 “잠정 적용 기한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낙태죄엔 무죄가 선고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위헌 판단이 내려진 법 조항의 효력은 즉시 사라지는 것처럼, 낙태죄도 지난해 헌재 결정 당시부터 사실상 형벌 규정으로선 무효가 됐다는 얘기다.

윤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살인죄보다는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야 하며, 산모의 모친도 공동정범”이라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모 모친이 ‘살아서 출생한 경우에도 태아를 사망하게 하라’ 교사한 사실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34주 태아는 제왕절개를 해도 살아서 나온다는 걸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낙태를 감행했고, 설령 의뢰에 따른 것이라 해도 피고인에게 신생아를 살해할 권리는 없다”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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