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공부한 지 몇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숲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명쾌하게 답할 자신이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숲’이란 한 음절의 단어 속에 수없이 많은 기능과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 것과 같이 숲은 목재와 펄프 같은 물질을 제공하고, 기후와 홍수 예방 같은 환경 조절 기능을 수행하며, 여가와 휴양 활동을 제공하는 문화적 장소로도 큰 역할을 수행한다. 이 외에도 숲이 주는 혜택은 열거할 수 없이 많지만 최근 들어 숲이 주는 건강 기능을 활용해 국민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를 '산림 치유'라고 하는데 숲이 가진 건강인자들을 활용해 건강을 증진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숲은 도시의 삶에 지친 우리에게 평온과 안식뿐만 아니라 육체적, 심리적인 건강을 가져다 준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숲으로 간다는 것만으로도 치유를 받는다. 또 숲에는 수없이 많은 건강인자들이 있다. 맑고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경관, 자연의 소리와 냄새,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하게 하는 숲길… 이 모든 것이 도시생활로 둔감해진 오감을 다시 활성화시키고 심신을 맑게 안정시키며 우리 몸에 활력을 북돋는다.
숲을 건강에 활용한 예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흔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폐병에 걸리면 깨끗한 공기가 있는 숲속 요양원으로 보내는 것이 치료법이었다. 토머스 만의 '마이산'이란 소설이 바로 그 폐병치료 요양원을 소재로 쓴 소설이다. 1984년 미국에서 '울리히'란 학자가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추적 조사해 병실에서 창을 통해 숲을 본 환자가 그렇지 못한 환자들보다 회복일수가 빨랐고, 진통제 투여 횟수도 적었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하면서 과학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숲의 이용이 우울과 불안, 자존감 등 정신적ㆍ심리적인 효과는 물론이고, NK세포의 수와 활력 증진과 같은 면역력 증가 효과도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사회성과 행복감 증진, 그리고 궁극적으로 주관적인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왜 숲은 이렇게 우리에게 건강과 행복감을 줄까? 근원적으로는 우리 인간이 숲에서 오랫동안 진화해 오면서 몸과 마음에 숲과 자연과의 교감과 의존인자가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과 사회생물학자인 하버드대의 '윌슨' 교수는 이를 '바이오필리아'라고 명명하고 있다. 즉, '생명 사랑과 존중'이 현대인들의 유전 설계에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숲이 국토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민둥산이었던 우리나라는 온 국민이 노력하여 세계가 부러워하는 복원 성공국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노력해서 울창하게 된 숲을 가지고 국민 건강과 행복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지난 세월 쉼 없이 달려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는 이제 숲을 통해 위안을 받고, 행복을 맛보며, 건강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 목표를 위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산림복지법'을 제정해서 숲을 복지와 건강자원으로 관리하고 실행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숲을 복원한 성공국을 넘어서 그 복원된 숲을 국민 복지를 위해 쓰는 산림선진국의 모델임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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