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권을 이용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를 조사해 온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총수인 박삼구 전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을 조직적으로 지원했고, 금호고속이 이를 통해 핵심 계열사를 인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2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하고 박 전 회장과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을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동일인'인 박 전 회장이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 금호고속(전 금호기업)이 다른 회사를 인수할 자금이 부족해지자 계열사 차원에서 부당 지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6년 스위스의 글로벌 기내식 공급업체인 게이트그룹에 30년간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넘겼다. 게이트그룹은 대신 금호고속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인수했는데, 발행 조건이 금리 0%, 만기 최대 20년으로 금호고속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이었다. 공정위는 BW 발행 당시인 2017년 4월 시중은행의 대출 평균 금리(3.82%)를 기준으로 금호고속이 162억원 가량 부당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 거래를 아시아나항공이 사실상 금호고속에 보증을 서 준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기존에 기내식을 공급하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루프트한자 그룹 합작회사)나 싱가포르항공 그룹 등과 더 유리한 계약을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호고속은 거래 성사 전인 2016년부터 자금 압박을 받는 상황이었다. 2016년 5월 NH투자증권이 금호고속에 대출금 5,300억원을 조기상환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때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9개 계열사였다. 이들은 그룹 전략경영실 지시로 2016년 8월부터 BW가 발행된 2017년 4월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1,306억원을 무담보로 빌려줬다. 금리는 공정위가 산정한 당시 정상금리(3.49~5.75%)보다 한참 낮은 1.5~4.5% 수준이었다.
특히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부 자금을 중소 협력업체 선급금 명목으로 지원한 뒤, 협력업체들이 금호고속에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구조를 짰다. 이 과정에서 일부 협력업체는 계약서에 서명이나 날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금호고속은 2015년 10월 설립된 신생 회사였고, 재무상태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12월 금호산업 인수, 2016년 금호터미널 인수 후 합병, 2017년에는 구 금호고속 인수 후 합병으로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던 핵심 계열사를 차례차례 사들였다. 이를 통해 ‘박 회장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공고해졌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그룹 전체가 동반 부실화될 우려에도 금호고속을 지원해 경영권 상실 우려를 막은 것은 물론 2세 경영권 승계 토대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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