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도자 초청해 1시간50분 간담회?
文, 사랑제일교회 향해 “적반하장 음모설”?
한교총 회장 “교회를 영업장 취급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예배나 기도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겠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도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를 작심 비판한 것이다.
기독교계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은 “교회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대책 없이 교회 문을 닫고 비대면ㆍ온라인 예배를 지속할 수만은 없다”고 맞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한국 기독교 교회 지도자들을 초청해 1시간 50분 동안 간담회를 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최근 다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의 엄중함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대면 예배를 고수하는 일부 교회와 그 교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나님을 믿는 분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하나님께 기대게 되고 더 간절하게 기도하게 된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뒤이어 “바이러스는 종교나 신앙을 가리지 않는다. 밀접하게 접촉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감염된다는 이치에 아무도 예외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대면 예배를 중단해달라는 요구였다. 문 대통령은 5초 간 침묵한 뒤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다.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등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도 더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 교회가 방역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도한 바가 아니더라도 일이 그쯤 되었으면 적어도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에 이어 발언한 김태영 회장은 “정부는 코로나19 종식과 경제를 살리는 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교회는 코로나 종식과 예배를 지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면 예배 중단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어떤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김 회장은 문제 삼았다. 그는 “종교의 자유를 공권력으로 너무 쉽게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며 “교회와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 국민 절반 이상이 종교인이다”라고 맞받았다.
김 회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된 만큼 무작정 대면 예배를 막고 중단할 것이 아니라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와 교회가 협력기구를 만들어 이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치며 “집단 감염에 있어서 교회만큼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이런 객관적 상황만큼은 교회 지도자들이 인정하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정부 방역이) 일방통행이어서는 안 된다. 협력기구를 만드는 것은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16명 교회 지도자들에게 7월 21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본인이 착용한 넥타이와 똑 같은 제품을 만들어 선물했다. 분홍, 파랑, 노랑, 주황색이 고루 섞인 넥타이는 협치와 통합을 상징한다고 당시 청와대는 설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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