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서 더 반가운 책이다. 지난해 역사 부정 논란에 불을 지폈던 ‘반일종족주의’를 조목조목 논파하는 책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역사학계는 물론 법학, 의학 분야의 교수 18명이 이영훈 사단의 궤변에 맞서기 위해 뭉쳤다. 그간 학계의 반격이 산발적으로 이뤄져 시너지를 못 냈던데 반해 이번 책은 반일종족주의가 제기한 논점을 다 짚어냈다는 점에서 종합 비판서라 할만하다.
팩트체크는 충실하고 날카롭다. 위안부는 자유폐업이 가능했던 돈벌이 좋은 매춘부였다는 주장에 대해 강성현 교수는 실증사관의 외피를 둘러쓴 억지라고 지적한다.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해 정태헌 교수는 조선의 공업생산액이 8.4배 느는 동안 일본으로 빠져나간 생산재가 100배 이상 폭증한 것을 들어, ‘혜택 없는 개발’임을 꼬집는다.
이영훈 사단의 학문적 이력과 뉴라이트의 역사관과 배경을 파헤친 글도 눈에 띈다. “역사부정과 자기부정으로 점철된 말놀이”(이철우 교수), “뉴라이트의 위험한 역사 인식은 친미, 반공, 독재로 얼룩진 기득권 세력의 시대착오적인 몸부림”(박한용 교수)이란 진단이다.
이영훈 사단이 활개치도록 방치한 한국 역사학계에 대한 반성도 없진 않다. 김헌주 교수는 한국 역사학이 민족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마이너리티 인권, 생태환경사 등으로 진화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이제는 독자의 몫이다. 사실로 승부하자는 이영훈 사단의 반응도 기대된다. 역사는 정치가 아닌 학문으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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