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정책 추진에 반발해 의료단체들이 이날부터 집단휴진에 돌입하면서 전국 의료 현장 곳곳에서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 특히 전공의와 전임의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한 대형병원에선 정규 수술이 연기되는 등 진료 차질이 빚어지자 시민들은 혹시라도 제때 진료를 받는 못하는 건 아닌지 종일 마음을 졸여야 했다.
병원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하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은 교수급 의료진을 응급실 근무에 투입하는 등의 임시대응편을 시행 중이지만 의료 공백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병원들의 설명이다. 상당수 대학병원들은 전공의 공백으로 신규 입원환자를 받기 어려워지면서 수술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전임의 832명 중 80% 이상인 670여명이 파업에 참가한 서울대병원의 경우 이날 수술 건수가 60건으로 평소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다른 병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의 수술 일정 중 약 40% 정도가 연기된 것으로 추정됐다. 한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우리 과에 레지던트 2년차 한 명이 전부인데, 파업으로 빠져나가면서 온전히 교수님 4명이 당직과 수술 전부를 맡게 됐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9월1일부터 신규 수술은 취소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이외 사정도 비슷했다. 충남대병원은 이날 전공의와 전임의 절반 이상이 파업에 참여했다. 인근 을지대병원(100여명), 건양대병원(110여명), 충북대병원(180여명)에서도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이날 충청 지역의 주요 대학병원에선 수술 건수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전남대병원(화순전남대병원 포함)은 전공의 317명 중 300여명, 조선대병원은 전공의 142명 중 130여명이 파업에 참가했다. 조선대병원은 전체 수술 규모를 절반이상 줄였고, 입원환자도 평소의 70% 수준으로 축소했다. 일부 병원은 의사가 부족해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전문의를 병원으로 호출하기도 했다.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예약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가 많아 그렇잖아도 진료받기가 쉽지 않은데, 파업이 길어지면 진료 날짜가 한없이 미뤄질 수밖에 없어서다. 최모(45)씨는 “병원 측에서 파업으로 교수님들이 소화할 수 있는 외래진료 건수가 줄어 일정을 미룰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며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국 교수님들도 체력이 소진돼 결국 진료일정도 한참 미뤄지지 않겠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전공의 파업 여파에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암 환자라고 밝힌 한 글쓴이는 "전날 병원을 방문했더니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 집도 인원이 줄어 복강경 수술을 개복 수술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위험한 것 같아 수술 일자를 미루기로 했다"는 글을 올렸다. 발달장애 아이 부모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의사가 없어 아이의 발달 상황 추적관찰 검사가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교정 7개월 검사를 9개월에 하면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반면 이날 대학병원과 달리 동네 병·의원들은 대부분 문을 열어 우려했던 의료 공백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료계가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해 파업 장기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라 시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날 전남 해남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을 찾은 조모(71)씨는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자칫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얼른 이 사태가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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