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출발점 '4대 정책'…누구를 위한 공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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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출발점 '4대 정책'…누구를 위한 공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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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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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의대증원②공공의대③비대면의료④한방급여
의 "의료비 상승과 세금낭비 원인"
정 "공공성 확보와 의료서비스 개선"

대한의사협회가 사흘간의 2차 의사총파업에 돌입한 26일 인천 부평구 성모병원이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뉴스1


의사들의 집단 휴진과 정부의 강경 대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유례 없는 보건 위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가 강하게 맞붙으며 국민 건강이 궁지에 몰렸다. 정부가 이른바 ‘4대악 정책’을 강행하며 의사들이 집단 휴진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고 있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 확대 △한방 첩약 급여화로 요약되는 4대 의료정책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첨예하게 부딪치는 의-정 갈등은 사실 이들 정책을 둘러싼 진실 공방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① "부족하다" vs "분배 문제"…증원 바라보는 다른 시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 의사 인력을 총 4,000명까지 증원한다는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해 의대 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당ㆍ정의 입장.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는 2.4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평균(3.5명)에 크게 뒤떨어진다.

면허를 통해 진입 장벽이 쳐진 모든 직역이 그러하듯, 의협 역시 의사 수 확대에 극도로 민감하다. 의료 수요가 한정돼 있다고 가정할 때 의사 수, 즉 공급이 확대되면 의사 1인당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아울러 다른 재화와 달리, 공급자(의사)의 말을 소비자(환자)가 믿을 수밖에 없는 의료 분야의 ‘정보의 비대칭’을 감안하면, 의사 공급이 너무 많아질 경우 자칫 비대칭성을 악용해 과잉 의료를 일삼는 사례가 발생하고 이는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의사들은 경고한다. 또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 것이어서 굳이 의사를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의사의 수도권과 인기과(科) 쏠림 현상이라는 문제 의식에는 정부와 의협이 대체로 공감한다. 그런데 접근법이 다르다. 의협은 정원을 늘리지 말고 비인기과나 지방에서 일하거나 의원을 열면 건강보험 수가를 파격적으로 더 주는 인센티브 부여 방식으로 문제를 풀자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달 14일 “증원이 아닌 현재의 인력을 재분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의사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건강보험 수가를 파격적으로 높이는 유인동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견 수긍이 가는 논리이지만 정부 입장에선 전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이미 고소득 집단인 의사들에게 ‘파격 대우’를 추가로 해주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이 4월 발표한 ‘2018년 한국의 직업 정보’에 따르면 외과의사는 연 평균 소득이 1억2,307만원으로 기업 고위임원(1억5,367만원), 국회의원(1억4,052만원)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밖에 피부과 의사(5위ㆍ1억1,317만원), 내과 의사(6위ㆍ1억1,007만원), 정신과의사 (8위ㆍ1억277만원), 안과의사(9위ㆍ9,894만원) 등도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또 파격 대우를 한다고 해도 의사들이 비인기과나 지방에 갈지 확실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당ㆍ정은 의대 정원 확대로 10년간 늘어나는 의사 4,000명 중 3,0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 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이 정도 대책으로 지방 쏠림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란 반론 역시 적지 않다.


②공공의대 설립, 세금 낭비(?)

일반 의대와 달리 교육비를 전액 정부가 지원하되 졸업생은 의료 취약지나 필요한 기간에 배치해 10년간 의무 복무를 하도록 하는 일종의 ‘사관학교’를 2024년까지 만들겠다는 것이 공공의대 설립 계획이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활용하기 때문에 의사 정원이 추가로 늘어나는 건 아니다. 정부가 추산하는 공공의대 건축비는 271억원. 연간 운영비는 100억원가량이다.

공공의대 역시 비인기과와 지방 의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대 정원 확대와 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의협은 공공의대가 수도권ㆍ인기과 쏠림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정공법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의협은 지난 1일 성명에서 “막대한 세금을 들여 또 하나의 거대한 비효율을 만들고 불공정의 산실이 될 공공의료대학 설립 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비인기과, 지방 근무의 인센티브 강화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수련에 필요한 부속병원이 없다(서울대 전임의 단체 입장)는 점도 의사들의 반대 이유다.

공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4일 공식 블로그에 ‘(공공의대의) 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ㆍ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ㆍ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 화근이었다. 지자체나 시민단체 등이 학생 선발에 개입하면 불공정 여지가 많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복지부는 25일 “학생선발 등 구체적은 내용은 향후 국회 법안 심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③누구를 위한 비대면 진료 확대인가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벗어놓은 가운 뒤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대면 진료는 의사가 화상 등을 통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원격의료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런데 이는 대면 진료보다 안전하지 않고, 아울러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게 의협의 반대 논리이다. 의협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의료를 도구로 삼아 영리를 추구하려는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잘못된 정책”이라고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정부는 병원 방문이 힘든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하고 거의 모든 선진국이 이미 도입한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강조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6월 15일 이와 관련해 "기술 진보에 따라 비대면 의료를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국민이 신속하게 약을 처방받거나 화상으로 간단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정도의 비대면 의료는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④한방 첩약 급여화…과학이냐 비과학이냐

한방 첩약에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해줄지를 두고도 정부와 의협은 대립한다. 한방 첩약은 여러 한약재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한약의 일종이다. 정부는 기존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전액 환자가 부담했던 이런 첩약 중 △안면신경바비 △뇌혈관질환후유증(65세 이상) △월경통 질환 치료를 위한 첩약에 건보를 적용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의협은 이에 대해 “한방 첩약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반발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한의원을 찾는 국민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에 건보를 적용해야 국민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급여화를 함으로써 한방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복지부 생각이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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