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전광훈·주옥순·신혜식 병상서 생중계
현행 법 규정 없어…항의에도 이동·퇴원 어려워
병원 측 "전례없는 일 당황...치료 집중해주길"
"코로나19 병실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할 거라고는…."
"쾌유에 집중해도 모자란데, 전례가 없으니 금지 규정도 없고…"
수도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는데요. 보수단체들의 8·15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른바 '광화문 3인방'으로 불리고 있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가 입원 후 병상에서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송하는 것에 관한 반응입니다.
이 같은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는데요. 광화문 집회발(發)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병상도 부족한 상황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국민의 세금으로 치료를 받으며 성찰은커녕 유튜브 조회수로 수익 창출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보는 국민적 시선이 따갑습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와의 사투에 집중해야 하는 의료진들을 여러모로 힘들게 하고 있죠.
'유튜브 방송 말아달라' 다른 환자 항의 민원에 "지가 뭔데" 막말
현재 서울의료원 음압병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전 목사는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너알아TV'를 통해 병상에서 녹음한 음성을 공개했는데요. 그는 이 방송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지시를 받고 있다", "보건소가 감동을 하도록 협조를 했는데 불순분자들의 바이러스 테러 사건이 우리 교회에서 일어났다" 등을 주장했죠.
주 대표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주옥순TV 엄마방송'을 통해 유튜브 생방송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는 21일 환자복을 입은 채 "경기의료원에 있는데 시설이 너무 좋다"면서도 "이렇게 살기 좋고 편리하고 모든 것이 풍족한 나라를 선조들이 만들어놨는데 어째서 문재인 이 악당, 독재자는 이 나라를 망치려 하고 있나"라며 정부 비판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나란히 코로나19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전 목사와 주 대표는 24일 전화 연결을 통해 유튜브 합동 방송도 했어요. 주 대표의 채널을 통해 방송된 영상에서 전 목사는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도 쉰 목소리로 "문재인 대통령과 주사파들이 본인 위기를 벗어나고 대한민국을 사회주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광화문 집회에 바이러스 사건을 뒤집어씌워 교회를 제거하려 한다"는 음모론을 펼쳤죠.
서울 보라매병원에 입원했던 신 대표 또한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에 영상을 올리고 있는데요. 그는 18일 방송에서 "내가 잘못했느냐, 문재인이 방역 관리를 잘못해서 내가 코로나19에 걸린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심지어 방송 자제를 권하는 간호사와 싸웠다며 "옆방에 있는 사람이 항의했다고 하는데 들리지도 않으면서 내가 방송하는데 자기가 뭔데 항의를 하냐"고 되레 꾸짖었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신 대표는 이튿날 방송에서 "병원 측과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면서 "불편하고 사람도 너무 많고 음식도 너무 맛이 없다고 항의했더니 경증환자를 치료하는 태릉생활치료센터로 옮겨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는데요. 그의 이야기처럼 코로나19 병증이 비교적 가벼운 신 대표는 현재는 태릉 선수촌 생활치료센터로 이송, 그곳에서 방송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촬영 자체는 금지 규정 없어…단 가짜뉴스는 명예훼손 가능
이들이 주도한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만 26일까지 전국적으로 219명에 달하죠. 상황이 엄중한 만큼 병상 유튜브 방송이 국민들에게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아닌 이상 보통 1인실이 아닌 다인실 음압병상에 수용되는데요. 여럿이 함께 쓰는 병실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것에 불편을 느끼는 환자도 있을 수 있고요.
하지만 우선 현행법상 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의료법과 감염병예방법 모두 병원 내에서 환자의 녹음·촬영을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제한하기 어려운데요. 병원 측 폐쇄회로(CC)TV의 경우 복도까지만 설치돼 병실을 촬영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환자가 스스로 촬영할 경우 제약이 없습니다.
다만 방송 내용이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일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나 형법상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에 저촉될 수 있겠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방역당국 활동과 감염병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역시 병실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는 것 자체는 규제할 수 없겠죠.
병원 규정 마련도 어려워…의료진 "제발 치료에 전념하자" 호소
혹시 병원 내부적으로 정책이 있지는 않을까요? 의료계에서는 입원 당시 서약서에 촬영 금지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은 이상 막기 어렵다고 하는데요. 운영방침에 따라 다 다르지만 사실상 대다수 병원에 촬영 등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합니다.
설사 안내문에 언급해도 자제해달라는 권고 수준인데요. 근거로 삼을 만한 법이 없는데다, 병실에서 유튜버들이 생중계를 하는 지금 같은 일이 전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투병 중 아픈 모습을 공개하면서까지 방송을 한다는 마음을 먹는 것도 흔치 않고, 만약 방송을 하고 싶다 해도 함께 병실을 쓰는 이들이 허락해 줄 가능성도 높지 않으니까요.
이와 관련해 3인방이 입원한 수도권의 각 코로나19 전담병원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는데요.
한 전담병원의 A직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라 처음으로 법적 검토까지 했는데 병실 안에서 환자들이 촬영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다만 만약 의료진을 무단으로 찍었을 경우에는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전담병원의 B간호사 또한 "갑작스럽게 이런 경우가 발생하다 보니 당황스럽다"며 "다른 환자로부터 민원이 들어오니 자제해달라고 전달을 하는 것도 힘들다"고 했어요. 특히 환자가 음압병실에 있을 경우 의료진이 그 병실에 가기 위해 방호복을 입는 데만 10분 이상 걸리는데, 방송을 한다고 바로 들어가 일일이 협조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고 해요.
보통 여러 환자가 머무는 다인실에서 다른 환자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민원이 있을 경우 주치의를 통해 해당 환자에게 주의를 주거나 병실을 바꾸도록 조치하죠. 상황이 심각한 경우에는 퇴원 조치를 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들을 퇴원시킬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병실 이동도 환자를 옮기기 위한 소독 작업을 고려하면 쉽지 않겠죠.
현재는 환자 개개인이 알아서 방송을 자제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B간호사는 "자유롭게 생활하다 병원에 와 갇혀 있어야 하니 환자들이 다들 예민한데다, 의료진과 직원들도 여러가지로 환자들 비위를 맞추려니 정말 힘든 상황"이라며 "환자들이 빨리 회복하도록 방해하지 말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협조해 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현재로서는 3인방이 이 호소에 귀 기울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지금은 코로나19를 물리치는 데 집중할 때'라는 전담병원의 목소리가 부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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