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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볼모로 파업하나"…의사들이 멈춘 곳에서 환자들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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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볼모로 파업하나"…의사들이 멈춘 곳에서 환자들은 울었다

입력
2020.08.25 20:00
수정
2020.08.25 21:2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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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의협 총파업 예정대로 강행 계획
전공의, 전임의, 개원의 모두 파업시작
췌장암 환자 수술 계속 연기…"국민은 어디에"

[저작권 한국일보] 26일부터 28일까지 예고된 전국 의사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앞에서 전임의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08.25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26일부터 28일까지 예고된 전국 의사 2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앞에서 전임의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08.25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운 좋게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했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췌장암 1기 판정을 받은 김모(72)씨. 담당의는 “췌장암이 전이되지 않고 조기 발견되는 건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김씨를 격려했지만, 수술 일정은 한참 뒤인 31일로 잡았다. 전공의 집단 휴진으로 밀린 수술이 많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병원 측은 이조차 취소했다. “2차 총파업으로 9월까지는 수술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국립암센터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건국대병원, 이대서울병원에 모두 수술 일정을 잡았지만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며 “중증환자들에게 의료대란은 진작에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휘청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지만, 26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예정대로 2차 총파업을 강행키로 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25일 서울 시내 주요 병원에서는 닷새째 이어진 전공의와 전임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뚜렷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전공의와 전임의 파업 참여율은 각각 58%, 6%로 집계됐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인턴ㆍ레지던트) 500여명 중 대다수가 집단행동에 참여해 하루 평균 170건이던 수술이 30%가량 감소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임의와 전공의가 담당했던 외래진료는 상당부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며 “전임의가 담당하는 외래진료 1,000여건 중 일부는 교수급이 대진하고 나머지는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등 수술 인력이 부족해지면 전임의들이 투입될 수 있다”는 방침이지만 전공의와 전임의 660여명이 파업에 참여하기로 해 공백이 예상된다. 삼성서울병원도 이날 기준 전공의 약 500명중 93%가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24일 수술 10건을 미뤘고 신규 입원을 줄였다. 25일과 26일로 예정됐던 수술 40건과 65건도 일정을 연기했다.

의료계 파업 일지

의료계 파업 일지


일부 병원에선 “진료예약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지 않겠다. 진료와 수술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환자 진료를 무리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환자들의 얘기는 달랐다. 암환자들의 온라인 카페 ‘아름다운 동행’에는 최근 서울 시내 주요 대학병원과 국립암센터 등에서 수술 연기ㆍ취소 연락을 받았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26일 수술을 앞두고 있던 암환자의 가족은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을 연기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최소 3주는 늦어진다는데 답답하다”고 썼다.

진료도 형식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서울대병원에서 암환자 가족의 진료를 본 박모(39)씨는 “대학병원에서 대기시간이 거의 없는 게 이상했는데 들어가보니 형식적인 문답 위주의 진료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에서 지정한 중증환자라서 치료비도 5%밖에 안 내는 질병에 대한 치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의사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데 자신들이 단식투쟁을 하지 않고 왜 환자들의 몸을 볼모로 파업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의협의 총파업 하루 전인 25일까지도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으려 했으나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검진, 수술 연기 등 진료에 차질이 있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업무개시명령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검토할 사안으로 의협과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의협 관계자는 “이미 진행중인 젊은의사의 단체행동과 26일부터 예정된 전국의사총파업의 계획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하며 21일부터 단계적 파업에 들어갔고, 의협이 주도하는 파업 참여 후에도 무기한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대학병원 전임의들도 24일부터 순차적으로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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