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최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진단과 해법' 토론회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불안세를 벗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국내 대표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세가 대거 월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월세 바우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각종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 전문가와 기관이 참여하는 방식도 거론됐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고 파는 1주택자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일보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진단과 해법' 경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사회로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택 공급량 문제 없다" VS "더 늘려야"
전문가들은 각 주제 발표에 이은 종합 토론에서 우선 서울의 적정 주택공급량을 두고 공방을 펼쳤다.
최은영 소장은 "현재 주택보급률은 96% 정도이며, 약 16만가구를 더 채우면 100% 달성이 가능하다"며 "정부의 주택공급 계획에 따르면 서울에 16만5,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기에, 곧 달성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윤지해 수석은 "현재의 주택보급률은 고시원과 반지하까지 포함한 수치"라며 "110%까지는 올려야 공급이 충족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공급 물량에도 이견이 맞섰다. 윤지해 수석은 "주택 인허가가 줄어드는 추세이며, 이는 2, 3년 뒤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입주 물량도 감소 추세여서 내년 상반기까지 전월세 시장 안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에 최은영 소장은 "주택공급 정책은 인구구조 변화 등을 감안해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영향으로 올해 7만가구가 분양을 공고했기에, 앞으로 입주 물량이 줄어들 것이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반대"... 이유는 제각각
전문가들은 대체로 '다주택자 중심의 보유세 인상' 규제에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이유와 해법에는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냈다.
임재만 교수는 "10억원 아파트를 한 채 보유한 사람과, 여러 채의 총 가격이 10억원인 사람의 보유세가 다르다는 건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1주택 실수요자 보호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은영 소장도 "높은 전세금을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1주택자를 투기로 안 볼 것인지에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송인호 위원은 "다주택자는 투기자라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거래세와 보유세 강화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지해 수석은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전체의 2~3%뿐인데, 이들이 물건을 내놓는다고 시장이 안정화되지 않는다"며 "주택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세 바우처 도입해야... 급격한 전월세 전환 힘들어"
저소득층의 월세 부담에는 '바우처 지급'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향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가구 대부분이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송인호 위원은 "임대인에게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임대소득세를 감면하고, 집주인이 그만큼 월세를 깎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월세 주거비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전세 중심으로 월세로 정책 타깃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은영 소장도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주거 급여를 도입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급격한 월세 전환 가능성에 대해선 전문가 모두 부정적 입장이었다. 윤지해 수석은 "지난달 전월세 거래량을 보면 전세와 월세 비중이 각각 60%, 40%였는데 '갭투자' 등 현실을 감안하면 급격한 전월세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정도면 5대 5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임재만 교수는 "시세차익 목적이 아닌 전셋집은 월세로 바뀔 가능성이 있으나, 아파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기관이 재건축 사업 참여해야"
전문가들은 현행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송인호 부장은 "현재 조합이 가진 부실과 각종 법적 분쟁은 사업이 불투명한 데 있다"며 "전문 기관을 통해 조합을 설립해 이익 공유 문제를 개선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임재만 교수도 "아마추어적인 재건축 사업의 비효율성과 과다한 비용, 불필요한 분쟁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동의했다.
정부의 '핀셋 규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최은영 소장은 "현재 분양가상한제는 투기과열지구 중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는데, 최근 충남 천안시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만큼 정부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재만 교수도 "현 정부는 보편적인 정책 대신 핀셋 규제만 하고 있다"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심재언 교수는 "무엇보다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토론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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