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1부리그)에 울산의 선두 질주를 이끄는 ‘골무원’ 주니오(34)가 있다면 K리그2(2부리그)엔 득점과 어시스트에 모두 능한 수원FC의 안병준(30)이 있다. 재일교포 3세로 조선적(朝鮮籍) 신분인 그는, K리그 무대서 2년차를 맞은 올해 골 퍼레이드를 이어가면서 수원FC의 선두 경쟁에 앞장서고 있다. K리그2 16라운드까지 15득점을 기록해 득점 선두를 내달리고 있고, 도움도 레안드로(25ㆍ서울이랜드)와 동률인 4개로 가장 많다. 전천후 공격수란 얘기다.
안병준은 26일 본보와 전화인터뷰에서 “팀의 공격적인 스타일 덕분에 득점 기회가 많이 오는 것 같다”며 “마침 (이번시즌)내 컨디션도 좋아 운도 따랐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가 올해 기록한 15득점은 팀 천제 득점(31점)의 절반 수준이다. 때론 저돌적인 돌파로 상대를 따돌리고, 문전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들을 끌고 다녀 다른 선수의 득점 기회를 만든다. 물론 자신에게 온 득점 기회를 웬만해선 놓치지 않는 게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그는 지난 23일 서울이랜드에서 후반 16분과 45분 두 골을 몰아넣으며 2-0 승리를 견인, 팀의 선두 수성에 큰 몫을 해냈다. 일본에서 온 마사(24)와 호흡이 빛나고 있다. 일단 둘 다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본어로 소통이 가능하단 게 큰 장점이다. 안병준은 “경기 중엔 (대부분 한국인인)상대 선수들이 알아듣기 어렵도록 패스타이밍이나, 수비작전 등을 일본어로 소통한다”며 웃던 그는 “마사와는 평상시에도 축구 외에 시시콜콜한 얘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고 했다.
안병준은 K리그 데뷔 첫 해인 지난해 시즌 도중 무릎 부상이 심해져 기대만큼 좋은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다. 17경기에 출전해 8점을 기록했는데, 후반기 시즌 아웃 되면서 진가를 보이지 못했다. 이후 그는 재활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안병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번 시즌 개막이 2달 정도 연기되면서 무릎 치료에 더 집중하고 근육까지 늘릴 수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19 휴식기가 그에겐 약이 된 셈이다.
시즌 개막 전 수원FC를 이끄는 김도균 감독의 ‘원 포인트 레슨’은 그가 날개를 펴는 데 귀한 자양분이 됐다. 그는 “시즌 전 감독님이 플레이는 다 좋은데 경기장에서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며 조금 자제하면 좋겠다고 조언해주셨다”며 “경기가 잘 안 풀리거나 거친 반칙을 받을 경우 쉽게 흥분했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줄여보니 확실히 내 플레이에도 여유가 생기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에서 그를 지탱해주는 건 가족이다. 도쿄도선중고급학교를 함께 졸업한 동갑내기 아내와 6살짜리 아들, 4살짜리 딸을 두고 있는데, 요즘 코로나19 탓에 아빠 경기를 보러 오지 못해 아쉽단다. 안병준은 “특히 아들이 축구장에 오는 걸 좋아하는데, 조속히 코로나19가 다시 안정돼 가족은 물론 관중들 앞에서 경기하고 싶다”며 “선두 다툼이 워낙 치열하지만, 우리 팀만의 축구를 후회 없이 펼치는 게 1차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팀이 꼭 승격을 해 K리그1 무대에서 경쟁했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는 부상 없이 시즌을 끈까지 함께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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