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발 확산' 186곳 역학조사, 20% 웃돈 '깜깜이 환자'?
전문 역학조사관 서울 96명, 전국 통털어 200명 안 돼…방역일선 한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쇼크'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일선의 역학조사가 한계에 봉착했다. 확진자 동선 정보가 핵심인 재난문자메시지가 ‘맹탕’으로 발신되는가 하면, 보통 하루 이틀 뒤 공개되던 동선이 6일이 지나서야 공개되고 있다. 신속하고 투명한 동선 공개는 K 방역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아왔지만, 방역 일선의 과부하로 지역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서울 성북구에 따르면 지난 17일 확진 판정을 받은 구 179번 환자와 182번 환자의 동선을 엿새가 지난 23일에 공개했다. 15일 확진 판정을 받은 139번 환자의 동선도 21일에야 구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공개했다. 성북구에는 최근 집단 감염의 최대 축으로 부상한 사랑제일교회가 있다.
성북구뿐만 아니다. 서초구도 18일 양성 판정을 받은 구 89ㆍ91ㆍ93번 환자의 동선을 엿새가 지난 24일에서야 안전문자메시지 등으로 공지했다. 21일부터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19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강남구도 18명의 동선을 '심층 역학 조사 중'으로만 알렸을 뿐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동선정보는 제공하지 못했다.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를 통한 2차 확산이 이뤄지기 전까지만 해도 확진자 발생 시 보통 이튿날 동선 정보가 제공됐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환자만 1,491명에 달한다”며 “기본적으로 급증한 역학조사 수요가 늘었고 역학조사팀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북구는 역학조사인원을 60명으로 늘렸고, 서초구는 정보통신 등 과 2개를 통합해 역학조사 TF팀까지 꾸려 대응하고 있지만, 서울에서만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가 쏟아져 역부족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확진자 1명의 동선 확인을 위해 폐쇄회로(CC)TV와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확인하는 데만 최소 6시간이 걸린다"며 "교육 받은 보건소 직원이 역학조사에 투입돼 조사해도, 결국 전문 역학조사관 2명이 조사 자료를 일일이 검토한 뒤 발표하기 때문에 감염 경로 추적과 동선 공개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신규 환자 134명 중 60명을 '경로 확인 중'으로 분류해 발표했다. 확진자가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최근 일주일(16~22일) 새 서울 확진자(191명) 중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는 5명 중 1명 꼴인, 191명에 달한다. 이 같은 깜깜이 확진자 수는 이달 둘째 주(9~15일ㆍ25명)와 비교하면 6배 이상 증가했다.
동선 공개가 늦어지자 주민들은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강(42)모씨는 "안전문자로 확진자 발생 문자는 오는 데 들여다보면 정작 동선은 없는 맹탕 문자"라며 "카페와 학교 등 곳곳에서 환자가 나오는데 아이에게 어디를 피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서 속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동선 공개가 늦어지는 것은 전문 역학조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000만 대도시' 서울에서 활동하는 역학조사관은 총 96명이다. 전국을 통틀어도 200명이 안 된다. 이날 현재 교회발 'n차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전국에서 이뤄지는 있는 역학조사 대상은 186개소에 이른다. 서울시 등이 최근 역학조사 인력 확보를 위해 감염 접촉차 추적요원 300명 양성 계획을 내놨지만, 직후 '2차 파도'가 일면서 실효를 기대하는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는 24일 82명의 역학조사 인력을 25개 자치구에 긴급 파견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문 역학조사관 양성엔 2~3년의 실무 교육이 필요한데 지금 당작 신규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데다 전공의 파업까지 겹쳐 설상가상의 상황"이라며 "사스, 신종 플루와 메르스 등의 감염병을 거치며 미리 준비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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