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동남아 각국에 코로나백신 제공 약속
코로나 상황 및 남중국해 이해관계 변수
중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조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제공 의사를 잇따라 밝히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우군 확보 성격이 강하지만 역내 최대 현안인 남중국해 이해관계와 코로나19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중국의 노림수가 먹혀들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25일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전날 메콩강위원회(MRC) 화상회의에서 “중국이 백신을 개발하면 먼저 메콩강 유역 국가들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콩강 유역 국가는 인도차이나반도의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를 가리킨다. 메콩강 상류의 중국 댐 때문에 가뭄에 시달리는 이들 국가에 댐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전향적인 발언에 이어 백신 선물까지 추가한 셈이다.
중국의 동남아 끌어안기와 백신 외교는 거침없다.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인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하자 4,000만회 백신 물량을 약속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정연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직접 백신을 요청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양제츠(楊潔?)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21일 한국 방문에 앞서 싱가포르에 들러 리셴룽(李顯龍) 총리를 만났다. 최근 연달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국 중 8곳을 직ㆍ간접적으로 챙기며 신뢰 복원에 나선 것이다.
중국의 백신 선물 공세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백신이 다급한 곳은 동남아 감염 1, 2위인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다. 그러나 필리핀은 몇 달 전 불거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최근 문제 삼으며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영토의 1인치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으로 돌아섰다. 러시아 백신 공동 임상시험이라는 차선책도 마련했다. 인도네시아는 자체 백신 개발 및 한국과의 백신 공동 개발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감염 3위인 싱가포르는 의료 강국답게 자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나머지 아세안 국가는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통제를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백신이 갈급한 상황이 아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각국의 입장도 변수다. 친중(親中)으로 분류되는 인도차이나반도 내륙국(캄보디아ㆍ라오스ㆍ미얀마)은 백신을 매개로 중국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들 국가는 아세안에서 입김이 세지 않다. 반면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국인 베트남과 필리핀은 '백신 따로, 주권(남중국해) 따로'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베트남은 내달 9일 예정된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를 벼르고 있다. 베트남은 6월 아세안 정상회의 의장성명에서 이례적으로 남중국해를 거론하며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 침범’으로 못박은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의 필리핀 승소를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도 의장성명을 환영했다.
아세안 관계자는 “아세안은 미중 관계에 있어 대체적으로 중립 입장을 취해왔다”라며 베트남이 남중국해 문제를 아세안 공동 의제로 삼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외교장관 성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백신 외교를 통해 동남아를 내 편으로 만들려는 중국의 행보가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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