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체육회가 가맹단체 분란 조장?

지난 5일 예정 구미씨름협회장 선거모호한 연임ㆍ중임 규정 탓 무산선거일정 처음부터 새로 하기로

구미시 체육회가 있는 구미시 체육회관 모습. 박용기 기자

경북 구미시체육회가 구미씨름협회장 선거 과정에 깔끔하지 못한 업무 처리로 가맹단체의 분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후보 자격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정비하지 않는 바람에 체육인들 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구미 지역 체육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열릴 예정이던 구미시 씨름협회장 선거가 입후보 자격 논란으로 잠정 연기됐다. 후보로 등록한 A, B 두 후보 중 A후보 측이 선거 하루 전인 4일 상대 B후보가 무자격자라며 협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구미시체육회가 명쾌한 해석을 내리지 못한 때문이다.

논란은 협회장 자격 요건 중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는 규정에 대한 해석 문제에서 시작했다. A후보가 문제를 제기한 B후보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6년 연속 협회장을 지냈다. 1회 연임한 것이다.

A후보 측은 “B후보는 이미 두 번 회장을 해 더는 선거에 나올 수 없는데 후보등록을 받아 준 것이 문제”라며 “계속된 문제 제기에 공식 문서로 접수하라고 해 선거 전날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 후보는 “후보등록 당시 구미시 체육회로부터 후보자격(중임)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등록한 것”이라며 “상대 측에 예정대로 선거를 치르고 난 후 자격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구미시체육회는 A후보 측이 구두로 제기한 자격문제에 대해 “문제없다”는 답변을 해오다 선거 하루 전날 문서로 이의를 제기하자 경북도체육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구미씨름협회장 선거절차는 중단됐다. 선거를 위해 구성한 선거관리위원들도 자진 사퇴했다.

구미시체육회는 B후보가 연임 제한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지만, 다시 선거절차를 진행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처음부터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후보등록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는 엘리트 체육을 관장해 온 구미시체육회와 생활체육회가 통합하면서 임원 연임과 중임 규정을 분명하게 정비하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 체육계 관계자는 “통상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연임을 제한하는 것은 현역 프리미엄을 제한하고, 1인 장기 집권에 따른 폐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연임뿐 아니라 한 사람이 쉬었다가 계속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임을 제한하는데, 이 같은 규정을 착오로 빠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구미시체육회의 깔끔하지 못한 일 처리로 가맹단체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구미시 씨름협회는 전임 회장이 개인 신상 문제로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중도 퇴진했다.

구미시 체육회 관계자는 “처음 겪는 일에 구미시 체육회와 경북도 체육회 모두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회장 공고 등 선거절차를 다시 밟아 늦었지만 차질없이 치러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용기 기자 ygpar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