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작된 유튜브의 뒷광고 대란을 아시나요?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잠잠해지기는커녕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한 유명 스타일리스트가 쏘아올린 작은 불씨는 먹방 업계로 옮겨가 대형 화재로 번지더니, 이제 일부 북튜버와 출판시장으로 옮겨가는 중입니다. '북튜버'(book+youtuber)는 책을 추천하는 유튜버를 말합니다. 이들은 먹방보다 구독자 수도 적고, 채널 수도 적어서 뉴스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는 질적으로 다른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데요. 경력 부풀리기, 비상식적인 자산 취득, 그리고 출판계와의 결탁을 통한 베스트셀러 만들기입니다. 이 논란들은 구독자에게 깊은 배신감을 주는 것을 넘어, 출판시장에 유례없는 위기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왜 유독 심각하냐고요? 사람의 정신 지배를 근간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저 음식 맛있겠다’라고 따라 사 먹는 것과 ‘저 책 정말 좋은 것 같아’라며 따라 사 읽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책의 경우 추천인이 어떤 사람인지에도 상당히 영향을 받지요.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여겨질 때 신뢰감을 가지니까요. 그 지점을 간파했던 북튜버들은 본인이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특히 ‘경제적 자유’를 가진 사람인지 보여주는 데 혈안이 되었던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경력을 부풀리거나, 포장하는 일들이 발생했고요. 아니, 책 소개 하나에 굳이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요?
이유는 자명합니다. 사람들에게 먹방 유튜버가 잘 먹는 '걔' 였다면, 북튜버들은 나를 이끌어주시는 ‘분'으로 인식되어왔기 때문입니다. 부자가 되게, 성공하게, 관계에 능해지게.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게 인도해주시는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인생 스승. 그런 느낌이랄까요? 이렇게 신앙에 가깝게 믿고 따르게 된 시청자들은 ‘그분’을 직접 만나고 싶어 하기에 이릅니다. 이에 일부 북튜버들은 ‘직접 만나줄 테니’ 돈을 내라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지요. 작게는 회당 30만원에서, 많게는 약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책정했다는 성토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내고도 만나고 싶은 분이니, 권당 1만3,000원 남짓의 책을 사서 그분들을 닮아갈 수만 있다면 책 구매는 당연히 하겠지요? 그 ‘(자칭)선한 영향력’의 힘을, 출판업계가 놓칠 리가 있겠습니까. ‘베스트셀러 만들기’에 북튜버들을 받들어 모시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결국 출판시장의 교란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겁니다.
이 상황, 여러분은 답답한 마음이 드시나요? 무슨 유튜버 하나 만나겠다고 그 돈을 쓰나, 이상한 거 아니야*라고요? 하지만 속은 사람이 잘못은 아니지요. 절박해서, 주변에 좋은 어른이 없어서,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어서 의지처를 찾는 이들을 어찌 비판하겠습니까. 다만 우리는 엄중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북튜버들의 위기를 그들은 어떻게 헤쳐나갈지. 꾸준히 자기 입으로 말해온 성공의 공식, 부자의 법칙으로 또다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인생 스승'을 자처하며 화려하게 귀환하게 될지 말입니다. 마음이 약해진 시민들 위에 ‘작은 교주’로 군림하며 자기만 ‘경제적 자유’를 누려온 그들이, 다시 활개 치는 세상을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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