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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한 친딸의 ‘처벌 불원’ 법원은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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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한 친딸의 ‘처벌 불원’ 법원은 믿지 않았다

입력
2020.08.24 14:33
수정
2020.08.24 15:07
0 0

대법 '인면수심' 부친의 상고 기각, 13년형 확정
"딸의 처벌불원서, 가족 회유 인한 고립감 발로"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친딸을 협박하며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면수심' 친부에게 대법원이 징역 13년을 확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딸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특별감경인자인 '처벌불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당시 20세 딸을 집요하게 회유하고 압박해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딸에게 "자살하겠다"거나 "남자친구를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A씨는 딸의 자취방에 카메라를 설치, 사생활을 몰래 엿보기도 했다. 심지어는 딸이 성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는 "아빠가 병을 옮아서 치료약을 찾은 뒤에 치료해 주겠다"는 핑계를 내세워 성관계를 요구하기까지 하는 등 극악무도한 행각을 보였다.

앞서 1ㆍ2심은 A씨의 주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13년을 선고하면서 "아동ㆍ청소년기관 등에 5년간 취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특히 항소심은 A씨의 과거 성범죄 전과 등을 담안,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하지만 A씨는 딸이 1심 재판부에 냈던 처벌불원서를 이유로 "양형이 지나치게 높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피해자는 1심 증언에서 A씨의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표시했으나, 2개월 만에 선처를 탄원하는 서면을 제출했다. 그러나 2심 법정에서는 "처벌불원서 제출은 가족 등의 지속적 회유에 의한 것으로, 진심이 아니었다"면서 처벌을 원한다고 다시 입장을 바꿨다.

대법원도 하급심과 마찬가지로 '처벌불원서'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부재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던 피해자 어머니의 증언 태도 등에 비춰 볼 때, 피해자의 처벌불원은 자신의 신고로 아버지인 피고인이 처벌받고 가정에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 데 따른 고립감, 부담감, 죄책감의 발로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처벌불원'이란 피고인이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피해에 대한 상당한 보상이 이뤄졌으며, 피해자가 법적·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면서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이 사건이 양형기준상 특별감경인자인 처벌불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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