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4일부터 광복절 집회 모든 참여자 코로나 검사 의무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국 확진자 수가 나흘 만에 200명대로 낮아졌지만, 확산세는 심상치 않다. 지난 15일 광화문에서뿐 아니라 1km 떨어진 보신각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데다 신규 집단 발병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소재 '사랑제일교회' 등 기존 주요 집단 감염 고리별 환자수가 연일 불어나는 상황에서 교회를 통한 감염이 학교와 직장 및 의료기관 등 지역 사회 곳곳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가 광화문 집회와 비교해 위험도가 낮다고 판단한 민주노총 집회는 방역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 집회엔 코로나19 확진자가 참여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지난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시 거주 기아자동차 화성지회 소속 A씨다. 이 확진자가 다녀간 집회엔 노동자 1,000여명이 보신각 인근에 모여 '8·15 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측은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노동자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석자 감염 경로가 15일 행사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대규모 집회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서울시도 이날부터 광복절 당시 모든 집회 참석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한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광화문에 한정하지 않고 8ㆍ15 집회 참석자들은 모두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각 보건소 및 선별진료소에 지침을 오늘 내렸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디에서 감염이 됐는지 등에 대해 위험도를 먼저 판단해보고 그 위험도에 따라서 추가조치에 대한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집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하면 방역당국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와 달리 같은 도심에서 열린 집회인데도 방역 관리를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확진자가 나오자 민주노총를 향한 세간의 시선도 따가워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시가 집회를 금지한 상황에서 모임 형식을 '기자회견'으로 바꿔 1,000여명이 참석한 행사를 열었고, 결국 확진자가 나와 시민의 불안을 키웠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나오자 민주노총은 차기 위원장 선거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27일 강남구 페이스쉐어 대치센터 14층 갤럭시홀에서 열기로 했던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0시 기준 전날 대비 코로나19 환자는 전국에서 266명이 증가했다. 전날 400명에 육박했던 신규 환자 수와 비교하면 조금 줄어들었지만, 휴일 검사 건수가 적었던 영향 등을 고려하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중대본은 이날 새 집단 발병 사례로 관악구 소재 '무한그룹' 관련 감염을 지목했다. '무한그룹' 관련 확진자는 서울을 제외한 전남 순천시 등에서 총 1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 회사 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확진자가 각 지역으로 돌아가 순천시 홈플러스 푸드코드 등에서 감염을 일으킨 사례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0일~20일 이 회사가 있는 관악구 영인MC빌딩 6층(봉천로 456) 방문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이날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해서는 34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는 총 875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교회발 추가 전파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까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발생한 장소는 21곳으로, 이들 장소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총 115명이다. 안디옥교회(서울 노원구ㆍ환자수 20명)와 도곡산기도원(충남 계룡시ㆍ6명) 등 종교시설을 비롯해 양평사랑데이케어센터(경기 양평시ㆍ6명)등 요양시설, 세브란스병원(서울 서대문구ㆍ2명) 등 의료기관과 롯데홈쇼핑 신한생명 보험 콜센터(서울 영등포구ㆍ10명) 등 직장, 상계고(서울 노원구ㆍ1명) 등 학교가 추가 전파 발생지다.
이 밖에도 대전의 배드민턴 동호회를 비롯해 대구 서구의 장례식장, 인천 미추홀구의 노인주간보호센터 등에서도 지역 감염은 속출했다.
여기에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이 20%를 훌쩍 넘어가면서 'N차 감염'을 통한 확산 우려도 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날 서울에선 신규 환자 97명 중 36명 즉 37%가 감염 경로를 확인하지 못한 환자로 분류됐다. 방역당국이 감염 경로를 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상으로 코로나19가 무방비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중대본에 따르면 최근 2주간 방역당국에 신고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2,440명 가운데 감염 경로를 조사중인 사례는 494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의 20%가 언제, 어디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선 감염 경로를 하루 빨리 파악해 방역을 하는 게 중요한데 깜깜이 환자 발생 비율이 높아지면 'N차 감염'을 막기 어려워진다. 박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오늘부터 역학조사 요원 82명을 25개 자치구에 파견해 신속하게 감염 경로 미확인 확진자의 역학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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