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성공에도 관광업 타격으로 큰 고통
의료체계 열악해 불가피하게 봉쇄 유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인 '코로나19 청정국'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열악한 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해 일찌감치 국경을 봉쇄한 이들 섬나라들은 그러나 관광산업 타격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영국 BBC방송은 2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청정국으로 보고된 팔라우와 미크로네시아ㆍ마셜제도ㆍ사모아 등 10개국이 방역에는 성공했지만 국경 봉쇄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같이 태평양 섬나라들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팔라우에는 섬 인구의 5배에 이르는 9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지만 올해엔 3월 말 국경을 닫으면서 국가 경제가 황폐화됐다.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하는 관광산업이 사실상 붕괴됐기 때문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국경을 봉쇄하고 주민들에 보조금을 지급한 정부의 대응을 "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변화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마셜제도도 코로나19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경기 침체에 빠졌다. 팬데믹(대유행) 이후 호텔 객실 점유율은 75~88%에서 3~5%로 떨어졌고, 내년까지 7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항구 입항을 제한하면서 수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어업 면허 발급은 중단됐고,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은 입항 전 바다에서 14일을 보내야 한다. 마셜제도의 관상어 및 생참치 수출량은 50%나 급감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인구 30만명인 바누아투는 GDP가 1980년 독립 이후 최대폭인 1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바누아투 보건당국은 의료시스템 여건상 바이러스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9월 1일부터 '안전한' 국가에 한해 국경을 재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호주와 뉴질랜드 등지의 재확산에 따라 이를 연기한 이유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조너선 프라이크 연구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국경을 닫은 태평양 도서 국가들이 절망에 빠지고 있다"면서도 "경제적 피해가 크더라도 이들 국가에는 국경 봉쇄가 최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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